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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 떨어진 내 발톱 치워”
대구광역일보 기자 /  입력 : 2017년 08월 07일(월)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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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 차욱환 본지 주필 | | ⓒ 대구광역일보 |
갑질이란, 갑을관계에서의 ‘갑’에 어떤 행동을 뜻하는 접미사인 ‘질’을 붙여 만든 말로, 권력의 우위에 있는 갑이 권리관계에서 약자인 을에게 하는 부당 행위를 통칭하는 개념이다.
요즘 대한민국이 땅콩회항, 모 백화점 모녀사건, 서울대 수리과학부 어느 교수가 교수직위를 이용해 제자와 인턴 여학생을 성추행한 혐의, 심지어 사단장의 갑질, 미스터피자의 갑질에 이르기까지 이른바 ‘갑질’, ‘갑의 횡포’가 끊이지 않고 등장해 사회를 분노케 하더니 이번에는 “바닥에 떨어진 내 발톱 치워”하며 장군의 사모님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갑질은 대개 “개인 역량과 조직의 힘을 혼동하는데서 발생한다. 한마디로 조직의 힘이 아니라 자신이 잘난 줄 안다. 조직의 이익보다는 사사로운 개인의 이익을 도모한다. 을을 하인 부리듯이 대하며 을이라면 손윗사람에게도 반말한다. 자신의 과오를 을에게 떠넘긴다. 배경에 대한 설명 없이 무조건 따르기만을 강제한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한겨레’의 의뢰를 받아 직장인 391명을 대상으로 2013년 1월 25일부터 30일까지 진행한 온라인 설문 조사에서 을 직장인들은 ‘정해진 일 이외에 다른 일까지 요구받았다’(47.6%), 반말(25.4%), 무시(25.1%), ‘비용을 예정보다 늦게 결제한다’(18%), ‘주중이 아닌 주말 근무나 야근이 불가피하게 일정을 짠다’(17.4%), 욕설(19%), 선물이나 향응 요구(14.1%) 등을 대표적인 갑질이라고 토로했다.
또 2013년 5월 7일 국회에서 열린 ‘재벌·대기업의 불공정·횡포 피해 사례 발표회’에서는 “자식뻘인 영업담당에게 욕설과 협박, 갈취에 시달린 후유증으로 정신병원에서 공황장애라는 진단을 받았다”, “명절 때마다 떡값과 지점회식비 등 각종 명목의 돈을 요구받았다”는 증언들이 터져 나왔다. ‘자기 아들 과학 숙제로 병아리의 탄생을 찍어오라고 해서 양계장까지 달려갔던 일’, ‘퇴근했는데 불러내서 자기 술값 계산하라고 했던 일’, ‘벌초까지 가야 했던 일’ 등 있을 수 없는 갑질에 당했다는 의견들도 있었다.
관공서도 마찬가지다. 인터넷에 이런 사례가 소개되고 있다. 관공서에 몇 년 동안 물건을 납품했고 그때마다 결제도 잘 이뤄지는데 어느 해인가 전년도 대금납부가 안돼 알아보니 담당 직원이 바뀌었더라는 것. 그래서 전년대금을 청구하니까 청구서를 받은 적이 없다고 발뺌하더라는 것이다. 계속 요구 한다면 거래업체를 바꾸겠다고 하더라는 것이다.
군대도 예외가 아니다. 공관병을 몸종 취급해온 지휘관 부부까지 등장했다. 갑질 논란이 불거지자 1일 전역지원서를 낸 육군 제2작전사령부 사령관 박찬주 대장 부부의 얘기다.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이 폭로한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다. 냉장고만 무려 10대가 비치된 160평의 1, 2층 공관에서 사령관부부를 모시는 공관병과 조리병들은 사실상 군인이 아니었다. 인격이 없는 몸종이고 머슴이었고 식칼로 위협까지 당했다. 더욱 엽기적 횡포는 공관병에게 늘 전자팔찌를 차고 다니도록 했다는 것이다. 박 사령관 부부가 아무 때나 호출벨을 누르면 전자팔찌에 신호가 왔고, 공관병은 부리나케 뛰어가 시중을 들었다. 범죄자도 아닌 공관병에게 전자팔찌까지 채웠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아무리 상명하복의 군대조직이라, 죽으라면 죽는 시늉도 해야 하는 군대지만 자식을 군에 보낸 부모들로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작태다.
공관병들의 근무시간은 사령관 부부가 아침에 일어나 저녁 잠자리에 들 때까지였다. 항상 대기 상태를 유지하면서 온갖 허드렛일을 강요당했다. 다림질, 화장실 청소, 텃밭 가꾸기는 기본이고 사령관 아들의 속옷 빨래도 했다. 심지어 사령관부인은 바닥에 떨어진 발톱과 각질 청소까지 시켰다.
심지어 박 사령관이 육군참모차장으로 재임하던 2015년 공관병 1명은 누적된 갑질에 따른 스트레스를 겪다가 부인이 찾아오라고 한 물건을 찾지 못하게 되자 자살을 시도했다고 한다. 부관이 자살시도 장면을 목격해 참극은 면했는데 나중에 확인한 결과 그 물건은 사령관부부가 전임지에 두고 온 것이었다고 한다. 같은 해 한 공관병은 부인의 질책을 받던 중 스트레스를 참지 못해 공관 밖으로 뛰쳐나갔다. 이에 대해 박 사령관은 “내 아내는 여단장(준장)급이므로 네가 예의를 갖춰야 한다”며 “군기가 빠졌다. 전방에 가서 고생해봐야 여기가 좋은 곳인 줄 안다”고 말했다고 한다.
미스터 피자와 장군님 부부를 처벌하면 갑질이 사라질까. 천만에. 갑질은 상대방보다 우월하다고 인식하는 순간 싹트는 마성을 지닌 고약한 소행머리여서 결코 사라질 리가 없다. 사라지기는커녕 더 노회하고 사악한 갑질이 횡행할 것이다. 당장 우리 모두부터 오늘 누군가에게 갑질 한 적은 없는지 반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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