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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시민들 “촉발 지진 정부 책임” 손해배상 강력 요구
물적·정신적 피해액만 수조원대
이강덕 시장 ‘안전한 도시 확인’
시민대책위 향후대책 협의할 것
강동진 기자 / 입력 : 2019년 03월 20일(수) 19:23

↑↑ 정부조사연구단 결과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한 대한민국 독도사랑·포항지진 시민연대 회원들이 정부책임을 주장하는 피켓을 들고 발표 결과를 경청하고 있다.
ⓒ 대구광역일보
포항지진이 지열발전소의 촉발지진이라는 정부조사연구단의 발표가 나오자 포항시와 관련 시민단체들은 정부의 책임과 배상을 강력히 요구했다.
시민들은 “늦었지만 진실이 밝혀져 다행이지만 모든 책임은 지열발전소를 추진한 정부에 있다”며 “향후 피해배상과 대책마련에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포항이 지진으로부터 안전한 도시라고 확인된 것”이라며 “지열발전소는 국책사업으로 진행된 만큼 실질적이고 신속한 손해배상에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는 향후 범 시민대책위와 협의 조율을 거쳐 대응방안을 마련, 추진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지열발전소 추진한 것 자체가 잘못

김정재(포항북) 국회의원은 “사업초기부터 주택가 인근에 지열발전소를 추진한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며 “이번 지진은 지열발전소에 의한 촉발지진으로 밝혀진 만큼 정부는 책임소재를 명백히 가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11·15지진 이전 64차례 크고 작은 지진이 발생한 데 대해서도 정부는 어떤 대책을 추진했는 지 밝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재동 포항상공회의소 회장은 “이번 정부조사단 발표는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실증적 연구결과를 통해 유발지진이라고 밝혀 지역 상공업계를 대표해 환영한다”며 “이번 발표를 계기로 지역사회가 하나로 뭉쳐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디딤돌을 마련했으면 한다”고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포항시 남구·울릉군지역위원회 허대만 위원장도 이날 정부발표와 관련 “지열발전 참여기관에 대한 책임규명과 감사원 감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허 위원장은 “정부조사연구단이 이번에 밝힌 포항지진의 지열발전 연관성 조사결과를 신뢰한다”며 “이번 연관성 조사와 별도로 앞으로 지열발전 실증사업에 관여한 기관들의 법적인 책임을 반드시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의당 경북도당 박창호 위원장도 이날 오후 성명서를 통해 “정부와 포항시는 지진피해에 대해 종합적인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 시행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미장관맨션 지진대책위 김홍제(59) 공동대표는 “정부조사연구단이 학술적 과학적 연구와 조사를 통해 포항지진이 지열발전소 촉발지진이라고 진실을 밝혀 늦었지만 다행”이라며 “향후 지역시민들과 폭넓은 대화를 통해 다양한 대책을 마련해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양만제 포항지진 시민대표 자문위원은 “지열발전시험을 앞두고 국내외에서 논란이 된 지진유발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은 정부의 명백한 직무유기”라며 “지진으로 인해 포항지역은 부동산 가격하락과 정신적 피해 등 피해액만도 수조원으로 정부가 이제라도 대책마련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번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흥해 주민 황병열(54)씨는 “늦게나마 지진발생원인이 밝혀진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정부는 이제부터라도 정확한 원인규명을 통해 포항시민의 정신적 물질적 손해배상은 물론 지열발전소 유치 운영 과정상의 문제점과 관련자를 문책해야 한다”고 말했다.

▣‘촉발 지진’ 불구 피해보상 난항 예상

하지만 시민들의 열화같은 보상요구에도 불구하고 피해 보상이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피해 보상 절차가 복잡한데다 보상 규모를 놓고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간 정부는 자연 지진에 무게를 둬 책임을 회피하려는 인상을 줬다. 지난해 9월에는 ‘정부 배상 책임 가능성이 낮다’는 내부 보고서가 공개돼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조사단에 지침을 내린 것이라는 논란을 산 것이 일례다.
그러나 촉발 지진으로 결론나면서 정부가 일정 부분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포항 시민들은 이번 발표로 법리 다툼을 위한 학술적 논쟁이 일단락됨에 따라 정부를 상대로 대규모 집단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전망된다.
포항 시민들이 결성한 단체 ‘포항지진 범시민대책본부’ 회원 71명은 지난해 10월 지진 촉발의 원인인 지열발전 프로젝트를 주관한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손해 배상액은 지진 피해와 산업공해 피해 부문으로 구분해 지진 피해는 주택파손 등 물적 피해(감정가)를 제외하고도 1인당 1일 위자료 5000원~1만원, 산업공해 피해는 2000원~4000원을 청구했다.
올해 초 2차 소송에는 1100여명이 추가로 참여했다. 소송 참여가 포항시민 전체로 확대되면 손해 배상액은 5조원에서 9조원까지 이를 것이라는 게 시민단체 측 추정이다.
촉발 지진으로 인한 직접적 피해 외에도 포항 지역의 주택과 부동산 가치 하락분을 감안하면 이 규모는 휠씬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포항 지역 상공업계는 자연 지진으로 분류되면서 피해 손해배상에 제외됐던 공장 피해액에 대한 배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포항시는 시 차원에서 대규모 소송에 대한 방향 제기와 규모, 대상 등에 대한 검토에 들어간다.
법무법인 서울센트럴 이경우 소송 담당 변호사는 “지열발전소가 지진을 촉발했다는 발표가 나와 유사소송이 잇따를 것 같다”고 말했다.

▣당시 기관간 피해액 산정 큰 차이

그러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2017년 12월 발표한 포항 지진 피해액은 고작 551억원이다. 경북과 포항 2개 시·도 9개 시·군·구의 재산 피해만 집계한 액수다.
한국은행에서는 3000억원이 넘는 직·간접적 피해가 발생했다고 집계해 기관 간 피해액조차 큰 차이를 보여 피해 보상을 둘러싸고 치열한 법정 다툼을 예고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조사 결과에 대한 정부의 공식 입장과 후속 조처를 곧 내놓을 예정이다.
재난안전 총괄부처인 행정안전부는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자칫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점 뿐 아니라 최종 판결이 나오기 전부터 피해보상 수준을 놓고 갈등이 확산할 수 있어서다.
행안부 관계자는 “처음 있는 일이라 현재로서는 보상 여부에 대한 어떠한 답변도 하기 어렵다”며 “사법절차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강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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