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반 위의 마녀, 피아노의 검투사, 클래식 유튜브(YouTube) 스타 등 이 모든 수식어의 주인공인 세기의 피아니스트 발렌티나 리시차가 오랜만에 대구에 온다. 오는 10일 오후 7시 30분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에서 대구시립교향악단(이하 대구시향) 비르투오소 시리즈의 시작을 알리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Ⅰ’에서 세계적 지휘자 조르다노 벨린캄피의 지휘 아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제1번’으로 또 한 번 경이와 감동을 선사할 예정이다.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는 천재적인 피아니스트이면서 작곡가로서도 러시아 음악사에 길이 이름을 남길 훌륭한 작품을 다수 남겼다. 특히 그는 자신의 기교에만 집중한 작품에 머물지 않고, 창의적인 요소를 개발해 그만의 독창적인 음악세계를 구축했다. 특히 그의 피아노 협주곡은 화려한 기교 위에 풍부한 선율과 깊이 있는 사색, 그것을 꿰뚫는 러시아적 색채까지 어우러져 매력적이다. 이날 연주하게 될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제1번’은 그가 모스크바 음악원 재학 시절 완성해 1900년 전곡 초연됐다. 그러나 오늘날 연주되는 이 곡의 악보는 1917년 가을, 한 차례 철저한 개작 이후 1919년 또 한 번 수정을 거친 것이다. 이 개정본은 최초의 악보와 비교해 보면 초보 작곡가의 빈약했던 기교와 관현악법은 보완됐지만, 처음의 순수했던 작곡 구상과는 다소 차이를 보인다. 이 개작을 끝으로 라흐마니노프는 가족과 핀란드로 망명, 미국에 정착해 러시아로는 돌아오지 않았다. 따라서 모국에서 쓴 마지막 작품이다. 총 3악장으로 이뤄져 있고, 힘찬 팡파르와 함께 피아노의 현란한 카덴차로 시작된다. 1악장의 환상적인 분위기에 이어 일종의 환상곡이라 할 수 있는 2악장에서는 깨끗하고 차분한 북유럽풍 낭만이 넘치며, 피아노 독주가 러시아풍의 선율을 완성한다. 끝으로 3부 형식의 3악장에서는 격렬한 에너지와 라흐마니노프 특유의 느린 감성이 공존하며 화려하게 전곡을 마친다.  이 곡을 연주할 발렌티나 리시차는 2013년 가을, 첫 내한공연과 2015년 대구 리사이틀에서 3시간이 넘는 연주로 폭발적인 힘과 열정을 보여줘 관객들로부터 뜨거운 찬사를 받았다. 우크라이나 출신으로 3세 때 피아노를 시작해 탁월한 재능을 보인 발렌티나 리시차는 키예프 음악원 시절 지금의 남편 알렉세이 쿠즈네초프와 호흡을 맞춰 ‘머레이 드라노프 투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이후 리시차는 알렉세이 쿠즈네초프와 미국 주요 29개 주에서 듀오 콘서트를 했으며, 2006-2007 시즌에는 전미 순회 리사이틀을 진행했다. 로린 마젤, 파보 예르비와 같은 거장 지휘자에게 꾸준히 러브콜을 받고 있는 발렌티나 리시차는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 파리오케스트라, 로테르담필하모닉, 시카고심포니, WDR SO 쾰른, 샌프란시스코심포니, 서울시향 등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와 협연했다. 다수의 음반과 디브이디(DVD)를 발매했는데, 그중 쇼팽의 24개의 에튀드는 아마존(Amazon) 클래식 분야 최다 판매를 기록한 바 있다. 현재는 데카클래식에서 음반을 전속 발매하고 있으며, 세계적인 매니지먼트 그룹인 아이엠지 아티스트(IMG Artists) 소속이다.한편, 이날은 고전에서 낭만, 현대음악까지 아우르는 방대한 레퍼토리와 유럽의 교향악 전통을 살린 합창, 성악곡의 뛰어난 해석으로 추앙받고 있는 조르다노 벨린캄피의 지휘도 눈여겨 볼만하다. 이탈리아 출신의 지휘자 벨린캄피가 선택한 오케스트라 연주곡은 레스피기의 교향시 ‘로마의 분수’와 멘델스존의 교향곡 제4번 ‘이탈리아’이다. 첫 무대를 장식할 곡은 레스피기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교향시 3부작’ 중 최초의 작품인 ‘로마의 분수’이다. 이 곡은 레스피기에게 작곡가로서의 성공과 유명세를 동시에 안겨주었다. 작곡 당시 교향시는 문학적인 표제 형식 또는 전개가 매우 자유로운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스타일이 유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레스피기는 네 부분으로 구성된 고전 교향곡 형태로 돌아왔다. 그리고 각 부분에 시적인 내용을 연결해 새로운 종류의 교향시를 만든 것이다. 제1부 여명의 줄리아 계곡의 분수, 제2부 아침의 트리토네 분수, 제3부 한낮의 트레비 분수, 제4부 해 질 녘 빌라 메디치의 분수 순으로 곡은 진행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 분수들이 주변의 풍물, 자연 등과 가장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는 시간에 주목해 시간대 별로 차례차례 묘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레스피기의 관현악법 스승인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영향이 뚜렷하게 드러나 있어 색채감이 뛰어나고, 드뷔시의 인상주의풍 음색도 보인다.피날레 무대에서는 멘델스존의 ‘이탈리아’ 교향곡이라고도 불리는 ‘교향곡 제4번’을 연주한다. 부유한 환경에서 자란 멘델스존은 젊은 시절부터 유럽 각국을 여행했는데 그 중 이탈리아 로마를 가장 사랑했다고 한다. 그의 나이 21세 때인 1830년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이탈리아 로마에 머물며 쓴 이 작품은 1833년 3월 완성돼 그해 5월 13일 자신의 지휘, 런던필하모닉의 연주로 초연됐다.남부 유럽의 눈부신 태양, 밝은 하늘 아래 청명한 풍경과 상쾌한 이탈리아의 느낌이 그대로 담긴 경쾌하고 명랑한 분위기의 작품으로 풍부한 관현악이 나타내는 음색 또한 아름답다. 또 완벽주의자였던 멘델스존이 오랜 시간 공들여 오케스트레이션을 거듭 수정한 끝에 1851년에야 출판본이 세상에 나온 만큼 그만의 독특한 음향 세계를 보여준다.총 4악장으로 구성돼 있으며, 매우 빠르고 생기 있는 제1악장은 춤곡과 같은 명랑한 분위기로 대중에게도 친숙하다. 반면 제2악장은 느린 행진곡 풍의 음악으로 로마 순례를 떠난 것 같은 기분을 선사한다. 이어 제3악장은 행복감이 깃든 우아한 악장으로 멘델스존의 낭만적인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 악장에서는 다시 경쾌한 이탈리아 민속무곡의 리듬이 주를 이뤄 로마의 축제에 온 것 같은 황홀감을 느낄 수 있다.  조르다노 벨린캄피는 현재 오클랜드필하모니아오케스트라 및 뒤스부르크필하모닉 음악감독이자, 크리스티안산심포니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로 활동 중이다. 1994년 지휘자로 데뷔한 이래 밀라노포메리치무지칼리의 상임지휘자, 덴마크국립오페라, 코펜하겐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을 역임했다. 또한, 유럽을 포함한 북미, 아시아, 호주 등 세계 각국의 오케스트라에서 객원지휘자로 활약하며 국제적 명성을 쌓아가고 있다.대구시향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Ⅰ’은 일반 R석 3만원, S석 1만6000원, H석 1만원이다. 국가유공자, 장애인(1-6급) 및 장애인 보호자(1-3급), 만 65세 이상 경로, 청소년(8세 이상 만24세 이하)은 확인증 지참 시 50% 할인, 10인 이상 단체의 경우 30% 할인된다. 각 공연 당일 오후 3시까지 전화(1544-1555) 또는 인터넷(http://ticket.interpark.com)으로 예매할 수 있고, 예매 취소는 각 공연 전일 오후 5시까지 가능하다. 대구콘서트하우스 누리집(concerthouse.daegu.go.kr)와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 위치한 dg티켓츠(053-422-1255, 월요일 휴무)에서 구입 시 10% 할인 혜택이 제공된다. 단, 모든 할인의 중복적용은 불가하며, 초등학생(8세) 이상 관람 가능하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