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 시인이 현지시간 3일 이탈리아에서 ‘국제시인상’을 수상했다. 고은 시인은 이날 이탈리아 로마 아드리아노신전에서 열린 시상식에 참석해 에마누엘레에 M.에마누엘레 로마재단 이사장으로부터 수상증서를 받고, 기념강연과 시낭송을 함께 했다.로마재단은 문화예술, 교육, 복지 등 여러분야에 지원 사업을 하는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문화재단 가운데 한 곳으로, 2006년부터 매년 ‘시의 초상(肖像)’이라는 국제 시축제를 개최해왔다. 2014년부터 ‘국제시인상’을 제정해 세계적인 시인을 선정해 시상하고 있다. 고은 시인은 아담 자가예프스키(Adam Zagajewski, 폴란드), 하코보 코르티네스(Jacobo Cortines, 스페인), 캐롤 앤 더피(Carol Ann Duffy, 영국)에 이어 네 번째 수상자이자 아시아 시인으로는 최초의 수상자가 됐다. 고은은 수상기념 강연에서 "영광에 대한 자세에는 천진난만이 들어 있는지 모른다. 나는 그런 다섯 살 아이의 어떤 기쁨을 느끼고 있다"라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는 "나는 줘(主語)가 곧잘 지워져도 무방한 한국어 속에 자주 숨거나 지워진 1인칭 화자(話者)로서 살아온 시의 세월 60년을 채우고 있다. 이제 시가 귀신의 일인지 허공의 일인지를 터득할 만 하더라도 도리어 시를 정의하는 나 자신은 어디에도 없다"라며 "시인이 되면 될 수록 시인은 자신의 뒷모습을 모르는 것처럼 시를 모르게 된다. 다만 나에게는 노래하는 자와 노래를 듣는 자의 실재(實在) 사이에서 영혼의 대칭(對稱)이 이뤄지는 체험이 있다"라고 했다. 이날 기념강연에서 고은은 "나의 시는 첩첩이 고난을 견뎌온 한국어 속에서 태어났고 한국어는 거의 기적처럼 연면(連綿)이 이어와서 오늘에 이르렀다"라며 한국어의 소중함을 강조하기도 했다. 고은은 일제식민지 시대를 거쳐 해방, 1950년대 폐허, 1970년대 한 노동자의 분신자살 등 암울했던 근현대사의 이야기를 언급하면서 "이런 파란곡절을 지나면서 나는 시대와 자아의 조화를 추구했고, 시 한 편이 나올 때마다 그 시의 시대는 다른 시대의 미래까지 아울러야 할 사명을 만났다"라고 했다. 그는 자신의 삶과 시에 대한 얘기를 담담하게 풀어내면서 자전적인 시 ‘어느 전기’를 낭독하는 것으로 수상기념 강연을 마무리했다. 매년 유력한 노벨문학상 수상 후보로 거론되며 세계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고은은 다양한 국제적 문학상을 받아왔다. 스웨덴 문학상(2006), 캐나다 그리핀 트러스트상(2008), 이탈리아 국제시문학상(2014), 마케도니아 국제 시축제 황금화관상(2014) 등을 수상했다. 한편 고은은 2013년 수원 광교산에 터를 잡은 뒤 왕성하게 작품활동을 하고 있으며, 인문학 중심도시를 표방하는 수원의 인문학 멘토역할을 하고 있다. 고은은 2013년 수원화성행궁 등에서 열린 ‘세계작가 페스티벌’의 추진위원장을 비롯해 일본 위안부 할머니들을 기리는 수원평화비 추모시를 헌납했고, 2015년 1월에는 수원 문인들과 함께 문집 ‘광교산 기슭에서’를 발간했다. 같은 해 3월에는 광복 70주년 기념으로 시 ‘수원 그날의 함성’을 낭송하기도 했다. 2015년 11월 고은 시인을 재조명하고 연구하는 ‘고은 재단’을 만든 수원시는 현재 고은문학관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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