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문학계를 달굴 대형 작가 김훈(69)과 황석영(74)의 신작 화두는 자전적 요소가 깃든 한국의 근현대사다. 1일 출간된 김훈의 아홉 번째 장편소설 ‘공터에서’(해냄)는 192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의 굵직한 사건들을 재료로 삼았다. 마씨(馬氏) 집안의 가장인 아버지 마동수와 그의 삶을 바라보며 성장한 아들들의 삶이 큰 뼈대다.만주와 길림, 상하이와 서울, 흥남과 부산 그리고 베트남, 미크로네시아 등에서 파편화된 일생은 김훈의 인장이나 다름없는 건조한 단문을 통해 형상화되며 서늘함을 드러낸다. 일제강점기, 삶의 터전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아버지의 파란의 세월에는 군부독재, 베트남전쟁, 대통령의 급작스런 죽음, 언론통폐합, 자본의 물결의 상흔이 아른거린다. 마동수에게는 김훈의 부친으로 한국최초의 무협소설 ‘정협지’의 작가이자 언론인이었던 김광주(1910-1973)의 흔적이 아른아른 맺혀있다. 운명의 고삐에 삶이 얽매여 있는 이들의 애처로운 이야기들을 통해 김훈은 구슬픈 인생을 살아간 아버지 세대에게 자신의 방식으로 위로를 건네는 듯하다. 황석영은 이르면 4월께 자전적 에세이 ‘수인’(문학동네)을 펴낸다. 그가 밟아온 이력은 문학이라고 읽어도 될 만큼 극적이었다. 방북으로 징역형을 살았고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에 르포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를 남긴 그는 한국 근현대사를 온몸으로 뚫고 왔다. 그의 소설 역시 마찬가지였다. 방북과 징역 경험담 등을 녹여낸 ‘오래된 정원’ 등이 대표적이다. 더구나 이번 ‘수인’에는 황석영이 과거 중앙일보에 일부 연재한 소설로, 광복 이후를 조명한 자전 장편 소설 ‘들판에 서서 마을을 보네’의 일부를 개작해 녹여냈다. 두 대형 작가의 신작으로 출판계는 벌써부터 들썩이고 있다. 인터넷서점 예스24 2월 1째주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에 따르면 ‘공터에서’는 예약 판매만으로 문학 부문 9위에 올랐다. 해냄은 ‘공터에서’의 초판을 반양장 5만부, 양장 5500부 등 총 5만5500부를 찍었다. 예약 판매량은 5060부다. 황석영의 ‘수인’에 대한 관심 역시 온라인을 위주로 고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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