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도입에 대한 보복으로 불거진 ‘한한령(限韓令·한류금지령)의 그림자가 대중문화에 이어 순수예술에까지 짙게 드리워지고 있다. 8일 국립발레단에 따르면 국립발레단은 중국 상하이발레단과 수석무용수 김지영(39)이 오는 4월 현지에서 전막 발레 ‘백조의 호수’에 출연하는 것에 대해 협의 중이었지만 불발됐다. 김지영은 지난해 상하이발레단으로부터 먼저 출연 제안을 받았다. 하지만 최근 소프라노 조수미·피아니스트 백건우 중국 공연이 무산되는 분위기 속에서 계약 확정이 늦어졌는데, 전날 출연이 어렵겠다는 답을 받았다. 엄밀히 말해, 최종 계약을 맺지 않은 만큼 공연 취소는 아니다. 비자는 계약서를 바탕으로 신청하기 때문에 역시 비자 발급 거부라는 표현도 맞지 않다.상하이발레단은 국립발레단에 김지영과 계약을 맺기 어려운 이유를 정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국립발레단 역시 이번 계약이 성사되지 않은 것이 사드 때문이지 파악할 수 없지만 안타까워하고 있다. 한국의 간판 발레리나인 김지영은 이번 공연으로 중국 발레단과의 데뷔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었다. 무용계는 사드의 영향이 크다고 보고 있다. 앞서 조수미, 백건우 역시 공연 취소 건에 대해서도 중국 측은 구체적인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 무용계 관계자는 “중국 공연을 추진했던 공연 관계자들 사이에서 불안이 커지고 있다”며 “일단 먼저 취소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걱정이 나온다”고 말했다. 현재 중국 베이징은 지난해 11월 이후 한국 연주자의 공연에 대한 허가를 내준 바가 없다. 앞서 지난해 하반기 계획 중이던 한국 연주자의 중국 내 투어 역시 사드로 인해 유야무야된 바 있다. 중국의 사드에 대한 보복이 순수예술에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양국의 문화 교류가 얼어붙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조수미는 지난달 중국 공연 취소를 알린 뒤 자신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 “그들의 초청으로 2년 전부터 준비한 공연인데 취소 이유조차 밝히지 않았다”며, “국가 간의 갈등이 순수문화예술분야까지 개입되는 상황이라 안타까움이 크다”라고 적었다. 문화예술계에서는 정치적인 것과 별개로 문화 교류를 지속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중국 진출을 준비하던 공연계 관계자는 “문화 교류를 막는 건 오히려 중국 자국 내 문화를 후퇴시키는 일”이라며 “중국 정부의 성숙한 대응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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