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애, 송승헌 주연의 SBS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의 인기가 신사임당 관련 책들과 전시 등으로 이어지고 있지만, 이같은 ‘열풍’에 대해 여성이 주인공인 역사소설을 써온 소설가 및 페미니즘 시인, 평론가들은 아쉬움을 표현하고 있다. 주체적인 여성을 소재로 삼았다고 해서 곧 페미니즘인 것은 아니며, 흥미를 위해 역사가 왜곡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또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덧붙인 장르인 ‘팩션’ 계열의 작품들이 소재만 차용할 뿐,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면서 철저히 대중의 기호에만 맞추는 정도가 너무 심하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의 연출진은 ‘현모양처의 아이콘’이었던 신사임당을 ‘조선시대 워킹맘’으로 해석해 적극적으로 삶을 개척해나가는 모습을 그리겠다고 밝혔다. 이런 취지에 따르면 드라마의 성격은 일종의 ‘페미니즘 팩션’인 셈이다. 하지만 문인들은 ‘아무리 팩션이라도 페미니즘적 시각과 역사적인 고증이 다소 미흡하지 않느냐’고 아쉬워하고 있다. 2008년 소설 ‘붉은 비단보’로 신사임당의 이야기를 쓰고 지난해 ‘사임당의 붉은 비단보’라는 제목으로 개정판을 낸 권지예 작가는 “역사적인 인물의 이름이 전면에 나오는 작품이나 드라마는 어느 정도 역사에 토대를 해야 할 것 같다”면서 “그렇지 않다면 그 이름을 쓸 이유가 없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권 작가는 “예를 들어 드라마에서 사임당의 아버지 신명화가 왕이 보낸 사람에 의해 살해당하는 것은 기록에는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페미니스트인 문정희 시인은 “드라마에서 아역인 사임당은 존대하고 연인인 이겸은 너무 자연스럽게 반말을 하는데 페미니즘 입장에서는 이런 것도 거슬린다”면서 “어차피 퓨전사극을 표방했다면 이런 것도 다르게 할 수 있지 않았을까”고 지적했다. ‘미실’ ‘논개’ 등의 역사속 주체적 여성들을 소설화해온 김별아 소설가는 “작품을 쓸 때 재미를 위해 역사를 변형하지는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면서 “정사로 쓰여진 글의 행간에서 상상력을 발휘하는 것이지 명백하게 기록된 사실을 거스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창작자가 창작한 것 속의 내용을 일반인들은 확인없이 사실로 믿어버리는 경향이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사임당 열풍에 깃든 지나친 상업성을 꼬집은 목소리도 높았다. 심진경 문학평론가는 “고정관념을 깨고 반전의 묘를 살리기에 좋아 많은 작가들이 신사임당을 소재로 찾는 듯하다”면서 “하지만 드라마에선 이영애를 통한 소위 ‘K-문화’의 수출을 위해 한복이나 라이프스타일 같은 요소가 함부로 소비되는 듯한 느낌이 있다”고 비판했다. 출판평론가 장동석은 “최근 나오는 팩션들은 많이 팔겠다는 목적으로 소재만 차용하고 철저히 대중의 입맛에 맞출 뿐 역사를 새롭게 조명하는 역할을 거의 하지 못한다”면서 “드라마뿐만 아니라 책들도 신사임당을 다양한 면모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내용이 아니라 시류를 탄 것들이 있어 이 ‘상업성’ 혐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꼬집었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