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에 찬 김광석의 노래가 거리 곳곳에서 흘러나오면 누구나 잠시 자리에 멈춰 서게 됩니다. 20대 부터 60대 등 모든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공간 이죠” 지난 12일 대구 중구 대봉동 방천시장 인근의 한 골목길. 바람마저 쌀쌀하게 부는 영하권 날씨에도 불구하고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졌다.대구 도심을 남북으로 통과하는 신천과 국채보상로가 만나는 수성교 옆에 자리 잡고 있는 이 길은 휴대폰과 카메라로 추억을 남기기 위해 사진 촬영에 한창인 연인 관광객들로 북적였다.또 머리가 하얗게 쉰 한 노년부부와 딸 내외, 손자의 손을 맞잡고 삼대가 느린 걸음으로 이야기꽃을 피우며, 찬찬히 둘러보기도 했다. 이곳은 바로 우리나라 최초의 대중가수의 이름을 딴 ‘김광석 다시그리기 길’(이하 김광석길)이다.김광석길은 ‘이등병의 편지’, ‘서름 즈음에’, ‘먼지가 되어’ 등의 가요로 유명한 중구 대봉동 출신 가수 고 김광석의 스토리를 담고 있다. 방천시장 인근에 조성된 김광석길은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해가 지면 쓰레기 더미가 뒹굴고 인적이 드물어 치안을 걱정해야 할 소외된 길이었다. 김광석길은 방천시장 다시 살리기 운동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방천시장은 광복 이후 일본, 만주 등에서 돌아온 이주민들이 호구지책으로 장사를 시작한 것이 시초다한때는 싸전과 떡전으로 유명세를 타 점포 수 1000여개가 넘는 대구 대표 재래시장 중 하나였지만 대형마트와 주변 백화점에 밀려 쇠락을 거듭했다.이런 방천시장과 주변 상권을 살린 것이 바로 ‘김광석 스토리’다. 이곳은 지난 2009년부터 중구청이 주도한 ‘별의별 별시장 프로젝트’와 ‘문전성시 프로젝트’ 등을 거치며, 전국구 관광 명소로 변모했다. 특히 문전성시 프로젝트 2단계로 추진했던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이 전국적 명성을 얻으면서 대구 스토리텔링 관광의 거점명소가 됐다.주중에는 1000-1200명, 주말평균 5000명 이상의 방문객이 이곳을 찾는다. 그간 대구를 찾아도 갈 곳이 없다는 오명도 김광석길이 다시금 바꾸고 있는 것.서울에서 왔다는 김진영(23·여·학생) 씨는 “방학을 맞아 친구들과 함께 대구에 놀러왔는데 김광석길을 꼭 둘러보고 싶어 일부러 찾았다”며, “예쁜 벽화가 많아 사진 찍기에 적격인 것 같다”고 했다.여자친구와 함께 벤치에 앉아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김광석의 노래를 듣고 있던 이재형(30·대구 달서구 송현동·자영업) 씨는 “이곳저곳 아기자기한 카페가 많은데다가 볼거리가 많아 부모님을 모시고 다시 한 번 찾고 싶다”고 했다. 주변상권 역시 김광석길 조성 전후를 기해 크게 활성화됐다. 오물과 쓰레기가 넘치던 오래된 주택가는 공·폐가를 리모델링한 개인카페, 공방, 식당, 옷가게, 갤러리 등이 틈 없이 들어섰다. 올해 중구청은 김광석길 업그레이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관광객들의 고질적 불편사항인 주차난 해소를 위해 올해 45억 원을 투입해 주차대수 82면 규모의 대봉동 공영주차장을 조성한다. 또 벽화 3점도 추가해 또다른 스토리를 입힐 예정이다. 김광석길이 주목받으면서 방천시장도 다시 부각되고 있다. 김광석길에서 보고 듣는 기쁨을 느낀 관광객들이 먹는 즐거움을 찾는 연계코스로 찾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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