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과학기술이 밝힌 단일 유전질환은 6000여 종에 이른다. 전세계적으로 유전자 특성을 규명하는 연구 경쟁이 붙어 향후 유전질환 종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유전자는 이중나선 구조로 생긴 디엔에이(DNA) 속 유전정보인데, 사람 몸에는 대략 3만-4만개가 존재한다. 유전자는 암호화한 단백질을 통해 음식을 소화하거나 몸속에 침입한 병원체를 공격하는 다양한 결정을 내린다. 유전정보는 염색체 내 DNA 염기서열에 의해 후세로 대물림된다. 흔히 유전자의 실수로 불리는 돌연변이는 어머니 또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거나 후천적으로 발생한다. ▣유전자 영향력…다운증후군부터 암까지 다양김명신 서울성모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유전질환은 선천적으로 생기는 다운증후군부터 여러 개 유전자 변이로 생기는 암까지 다양하다”며 “모든 병은 유전자로부터 자유롭지 않다”고 설명했다.염색체나 염기서열에 이상이 생기면 유전질환이 생긴다. 염색체 이상 질환은 다운증후군과 터너증후군, 남성 불임을 일으키는 클라이네펠터증후군 등이 대표적이다. 피가 멈추지 않는 혈우병과 고셔씨병은 대부분 염기서열 문제로 생기는 대사이상 질환이다. 흔히 유전질환 때문에 기형아를 낳는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선천성 기형을 착각한 경우다. 선천성 기형은 유전질환 외에 임신부가 풍진이나 수두 같은 병을 앓거나 약물·알코올 중독이면 생길 수 있다. 공해 같은 환경오염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출생아 800명 중 1명꼴로 생기는 다운증후군은 고령임신일수록 발병 위험이 높다. 다운증후군 태아 중 절반은 유산되고 나머지 반은 세상에 나온다. 터너증후군은 성염색체인 X염색체 윗부분이 없는 경우로 성인 키가 130-140㎝에 불과하고 임신에 어려움을 겪는다. 가령 동생보다 언니 키가 비정상적으로 작으면 터너증후군을 의심할 수 있다.여러 유전적 영향과 환경오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 암이나 알츠하이머성 치매, 정신분열증 등도 발병한다. 유한욱 서울아산병원 교수는 “유전질환은 유전자 이상과 환경적 요인이 작용하는 다인자성 사례가 대부분”이라며, “정신병과 고혈압, 당뇨병, 암 등 헤아릴 수 없이 많다”고 말했다. ▣조기진단으로 치료 효과…유전자가위 주목의사들은 당장 유전질환이 완치가 어렵더라도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발전 속도가 더딘 치료기술과 달리 진단기술은 높은 수준으로 발전했다.선천성 기형은 최근 고해상도 초음파 진단기기로 임신 첫 3개월 이후에 발견하고 있다. 최근엔 임신 8-10주 사이에 양수검사나 태반 일부인 융모막을 떼어 내 염색체 이상을 진단할 정도로 진단기술이 발달했다.유전성 대사질환은 어머니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두 유전자가 모두 망가진 열성유전에 의해 발생하며 태어날 때 기형이 거의 없지만 정신지체가 나타날 수 있다. 다행히 일부 병은 신생아 때 선별검사로 진단 뒤 특수분유를 처방해 예방이 가능해졌다.신속하게 유전질환을 진단하려면 가족들의 협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상담 대상이 환자뿐 아니라 부모와 형제, 자매, 자녀 모두가 포함돼 비밀을 보장하면서 종교적, 윤리적 인생관까지 고려해 진단을 내려서다. 유전 상담 대상자는 가족 중 이미 유전질환 환자가 있거나 선천적 기형을 동반한 경우, 원인을 모르는 정신지체, 만 35세가 넘은 산모, 근친결혼 등이다. 김명신 교수는 “유전질환은 몸에 다치게 만드는 증상을 예방하는데 집중한다”며, “가령 다운증후군은 감기가 폐렴으로 발전하지 않도록 예방주사를 놓거나 혈우병은 피를 멈추는 처치에 신경을 쓴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관심이 높아진 유전자 가위는 유전질환을 궁극적으로 치료할 해법으로 주목한다”며, “의학기술이 더 발달하면 유전질환은 반드시 극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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