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포대가 한반도에 들어왔다. 대통령 탄핵정국이 정점에 달한 시점에 이뤄진 기습적인 반입이란 분석이 나온다. 사드 반입은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방한 당시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대선 전 배치를 합의한 이후 한달 만에 실행에 옮겨졌다. 한·미 군 당국은 지난 7일 “대한민국과 미국은 한반도에 사드체계를 배치한다는 한미동맹의 결정을 이행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그 결과 사드 체계의 일부가 한국에 도착했다”고 공동 발표했다.한·미가 불과 며칠 전까지 ‘연내 배치’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해 왔다는 점에서 사드 포대의 한반도 반입은 전격적으로 이뤄졌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현재 발사대 2기 등 운용장비 일부가 미 공군 수송기에 실려 한국에 들어온 만큼 나머지 장비들이 모두 들어오는 것도 시간 문제라는 관측이다.국방부가 내세운 표면적으로 명분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의 고도화 때문이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굉장히 고도화 되고 있는 여러 상황을 종합해서 사드 배치 일정을 최대한 앞당기는 방안을 강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하지만 노골적인 보복조치에 나선 중국에 밀리지 않겠다는 판단이 우선했다는 반론도 적지않다. 도널드 트럼프 신 행정부 이후 벌어지고 있는 미·중 간 파워게임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것이다.가장 근본적인 배경에 대통령 탄핵 국면이 정점에 달한 것을 염두에 뒀다는 분석에 더욱 힘이 실린다. 과도 정부 상태에서 사드 배치를 돌이킬 수 없는 단계로 만들기 위한 ‘대못 박기’를 시도했다는 것이다. 일단 주한미군 자산인 사드를 반입하면 뺄 수 없다는 점을 노린 일종의 ‘알박기’ 형태다.이러한 사드 알박기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매티스 장관이 한국을 찾은 직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미 상황에 정통한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매티스 장관은 방한 기간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4, 5월 안에 무조건 사드 포대를 한국에 옮겨놓자는 내용에 합의했다. 한반도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조금씩 바뀌어 온 한·미 양측의 발언의 뉘앙스만 봐도 사드 기습반입 움직임은 충분히 사전 예측 가능한 일이었다는 평가가 제기된다.이상 기류가 감지되기 시작한 것은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 사령관의 발언으로부터였다. 브룩스 사령관은 지난해 11월 4일 한 강연에서 “향후 8-10개월 안으로 사드 포대가 한국에 전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2017년 연말 배치를 목표로 한다는 한미 군 당국의 기조보다 5개월 가량 시점을 앞당긴 것이다.당시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여론이 비등하던 시점이었다. 동시에 미 대선을 앞둔 시기이기도 했다. 한미 간 정치상황이 매우 유동적이라는 판단이 사드의 조기배치 시도를 이끌었다는 분석이다.이후 사드 배치를 위한 움직임은 긴박하게 돌아갔다. 브룩스 사령관이 조기배치 가능성을 언급한 이후 나흘 만인 11월 7일 국방부가 사드 교환부지를 선정했다는 보도가 나왔다.국방부가 사드 배치 예정지인 경주 초전면 롯데스카이힐컨트리클럽(성주골프장)을 얻는 대신 반대급부로 롯데측에 남양주 군용지를 제공한다는 내용이었다.국방부는 지난해 11월 16일 롯데측과 사드 교환부지로 남양주 군용지를 제공하는 데 합의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기존 성산포대를 대신할 대체부지로 성주골프장을 확정·발표한 이후 47일만에 이뤄진 합의였다. 이때부터 국방부는 사드 배치 실무작업을 일사천리로 진행하게 된다. 롯데와의 부지교환 계약 체결은 물론 두 부지에 대한 상호 간의 감정평가도 이뤄지기 전에 환경영향평가 작업부터 착수했다. 12월 20일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할 용역업체를 선정했다.한 군사전문가는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중학교 입학 단계를 준비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환경영향평가는 사드 배치까지 절차에 있어 가장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일반 환경영향평가 △전략 환경영향평가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3가지가 있다. 국방부는 이 가운데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용역을 의뢰했다.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는 가장 빨리 마칠 수 있다.박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 통과를 앞둔 시점이 되자 국방부는 사드 배치는 더이상 돌이킬 수 없는 사안임을 강조하고 나섰다.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헌법재판소가 본격적인 탄핵심판에 나서면서 정치권에서는 조기 대선 논의에 불이 붙었다. 토마스 밴달 주한 미8군 사령관은 한 언론간담회에서 “사드는 한국의 대통령 선거 등 정치적 조건(condition)에 따라 배치 시기가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정치권 일각에서는 사드 배치 결정을 차기 정부로 넘겨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럴 때마다 국방부는 “사드는 자위권적 조치”라며, 계획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국방부 당국자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는 통상 6개월이 걸리는데 이미 3개월이 지났으니 3월 말, 늦어도 4월초에는 완료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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