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가정 양립 조직문화가 조성돼야 여성관리자들이 중간에 낙오하지 않고 계속 근무할 수 있다” 정부부처 중간직급 여성 공무원 A 씨에게 ‘우리 사회가 유리천장을 극복하려면’ 이란 화두를 던졌더니 돌아온 답변이다. ‘유리천장’. 겉으로는 없는 듯하지만 보이지 않는 장벽에 막혀있는 여성들의 아픔을 담고 있다.‘세계 여성의 날’ (지난 8일)이 만들어진 지 100년이 훌쩍 지났다. 여성의 권익이 과거에 비해 크게 신장됐고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고위직 여성 비율도 높아졌지만 유리천장은 깨지지 않고 있다. 미국의 첫 여성 대통령이라는 꿈이 좌절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도 젊은 여성들에게 “언젠가 누군가가 유리천장을 깨길 바란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행정자치부는 세계 여성의 날을 앞두고 부내 4급 이상 여성 공무원의 숫자가 두 자릿수로 늘었다며 유리천장 깨기에 앞장서고 있다고 홍보했다. 그런데, 핵심보직 유리천장은 여전히 견고했다. 4급 이상 여성 공무원 41명 중 고위공무원단인 국장 4명은 교육파견 중인 1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소속기관에서 근무 중이다. K 모 센터장 등 2명은 경력 개방형 직위로 일반적인 승진 경쟁을 통해 고공단에 진입한 게 아니다. 과장 17명 중에서도 4명만 본부에 근무하고 있다. 대기업 유리천장은 더 높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대기업 임원 승진자 1517명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고작 2.4%(37명)에 불과했다. 선진국과 비교하면 갈 길이 멀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지난해 여성임원 비율 등 10개 지표를 종합해 발표한 유리천장 지수에서 우리나라의 여성 임원 비율은 2.1%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평균(18.5%), 스웨덴(33.9%), 프랑스(33.5%), 영국(21.5%), 캐나다(19.4%), 미국(16.4%), 일본(3.4%) 보다 훨씬 낮았다. 정부는 올해 안에 4급 이상 공무원의 여성 비율 15%를 달성하겠다고 내걸었다. 하지만, 여성의 고위직 공무원의 비율은 현저히 낮은 실정이다. 공직 사회든 민간이든 핵심보직으로 승진하려면 업무성과를 내고 주요 보직에서 근무해야 한다.하지만, 가사와 육아를 담당하는 여성관리자들이 업무에 올인하기에는 남성 보다 불리할 수밖에 없다. 남성 육아휴직 사용, 탄력적 유연근무, 육아휴직으로 인한 인사 불이익 방지 등이 우리 사회에 자연스럽게 정착됐을 때 유리천장은 비로소 사라질 것이다. A 씨의 한마디. “그동안은 여성 개인이 노력과 희생으로 (가사와 육아 문제를) 해결했다. 이제는 조직에서 도와주겠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질 차례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