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첨단 과학기술 시대에도 유전질환에 대한 편견과 왜곡된 시선은 그다지 나아지지 않고 있다. 하늘이 내린 병이라든가 집안의 수치로 생각하며 가정이 해체되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지금도 벌어진다. 의사들은 유전질환은 개인의 유전적 특성이 반영된 수많은 질병 중 하나일 뿐이며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말 것을 강조한다. 실제 유전질환은 머리카락 색이나 눈 크기처럼 개인의 유전적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조기에 발견하면 상당한 치료 효과를 거둔다. 이미 유전질환 상당수가 그 원인이 밝혀졌음에도 편견의 벽은 여전히 높기만 하다. 유전질환의 대표적인 오해는 환자뿐만 아니라 부모와 형제, 자매까지 같은 병을 앓는다는 생각이다. 환자가 1명만 있어도 가족 전체에 낙인을 찍는다. 심지어 전염된다는 비과학적인 주장까지 나온다. 유전질환을 일으키는 유전자 돌연변이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지 않아도 자연이나 환경적인 요인으로도 발생한다. 모든 병이 유전자로부터 영향을 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섣부른 오해와 비판은 금물이다.과학자들은 신체 기형이나, 정신 질환, 고혈압, 당뇨병, 암 등은 유전적 위험요소가 존재해도 반드시 나타나지 않으며, 오히려 식습관이나 운동 정도에 따라 좌우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수차례 발표하기도 했다. 또한 지금까지 논란이 되고 있는 근친 결혼과 유전질환의 상관관계는 아직까지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 근친 결혼 시 무조건간 나쁜 유전자만 후세대에 대물림된다는 주장은 아직까지 과학적으로 분명하게 밝혀지지는 않았다.  미국 워싱턴대학교 연구를 보면 1965년부터 2000년까지 사촌 사이에서 출생한 신생아 기록을 분석한 결과, 일반 부부보다 사촌간 결혼에서 태어난 신생아의 장애확률은 3-4%였다. 통상적인 신생아 장애확률 1.7%-2.8%보다 높지만 과학적으로 의미있는 차이는 아니었다.  따라서 오랜 세월 사회적 편견과 싸워온 유전질환 환자들에게 과학기술의 발달은 한 줄기 희망이 되고 있다. 진단기술이 비약적으로 발달해 이제 그 원인이 대부분 밝혀졌고 향후 치료기술까지 나오면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해서다. 혈액응고인자가 부족해 피가 멈추지 않는 혈우병 환자들의 경우, 그동안 상처 유발이나 출혈 사고를 이유로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유전자재조합 방식으로 생산하는 의약품이 대거 등장한 이후 일상 생활에서 주사를 맞는 것만으로도 출혈에 대한 예방이 가능해졌다. 김명신 서울성모병원 교수는 “유전질환이 천형이란 편견은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며 “사회적 약자인 유전질환 환자에게 낙인을 찍고 고립으로 모는 것 비과학적 행동”이라고 비판했다.유한욱 서울아산병원 교수는 “미국은 각 유전질환마다 별도 재단이 있을 정도로 환자 권익보호에 신경을 쓴다”며 “모든 사람은 몸속에 7-8개의 치명적인 열성유전자를 보유할 정도로 유전질환은 남의 일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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