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대선’이 3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대선주자들이 서로 약점을 파헤치는 네거티브 공세를 펼치면서 구도 싸움에만 몰두하고 있다. 짧은 대선 기간이라도 정책 대결을 펼치겠다던 후보들의 약속은 벌써 헛구호가 됐다. 요동치는 대선판에서 1%의 지지율이라도 승부를 좌우할 결정적 변수가 될 수 있단 생각에, 사생결단식 네거티브 난타전을 벌이는 모습이다.9일 현재 다자구도에서 양강구도를 구축하고 있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의 신경전이 상당하다. 양 후보 진영은 대선 경선이 마무리된 직후부터 기다렸다는 듯이 네거티브 전쟁을 벌였다. 문 후보 측 박광온 공보단장은 전날(8일) 안 후보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입장을 뒤바꾼 것을 겨냥해 논평을 냈다. 박 단장은 “안철수 후보가 사드배치 등 국가 중대 현안을 당내 협의도 없이 독단적으로 바꾸고 내가 하면 괜찮다는 태도”라며 “이런 자기 중심적이고 황제경영식 정치는 독재의 출발이자 패권정치”라고 맹비난했다.전날 문 후보 측은 국민의당의 동원 경선 논란에 융단폭격을 가했고 안 후보 부인인 김미경 교수의 임용 관련 의혹과 딸 재산 공개 거부 등에 대해서도 검증의 칼끝을 들이댔다.문 후보는 민주당 경선 당시인 지난달 22일 “후보든, 후보 주변인물이든 네거티브 만큼은 하지 말자”고 했지만 본선이 본격화하고 안풍(安風)이 거세지자 이같이 네거티브 카드를 꺼내든 모습이다.안 후보 측도 문 후보 아들 특혜 취업 의혹을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졌다. 정두환 국민의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고용정보원은 이력서도 보지 않고 모집 연장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훌륭한 인재라고 문준용씨를 판단했는데 뒤늦게 필수서류도 아닌 이력서를 내라고 한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며 “문 후보가 아들 취업비리를 말바꾸기로 일관하다가 이제 책임을 고용정보원에 떠넘겼다”고 비판했다. 이보다 앞서 고연호 당 대변인도 지난 7일 “한국고용정보원은 문재인 아들의 이어링(귀고리)이 예뻐서 뽑았나”라며 “이래서야 코너링이 좋아서 뽑았다는 우병우 아들 사건과 다를 바 없다”고 꼬집었다.안 후보 측은 문 후보가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낼 당시 고(故)노무현 전 대통령 사돈 음주운전 사건을 알고 있었음에도 은폐하려 했다는 언론보도에 대해서도 “은폐를 거듭하지 말라”고 촉구하는 등 공세를 퍼부었다.전체 지지율에서 다소 밀린 형국인 여권에서도 대선구도에 함몰된 지난한 힘겨루기가 펼쳐지고 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통령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대통령 후보는 서로가 보수의 적자임을 자임하면서 피말리는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홍 후보는 유 후보와 보수 후보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두는 듯한 발언을 이어가면서도 지난 7일 기자들과 만나 “바른정당은 이번 선거에서 변수가 되지 않는다”며 백기투항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유 의원에 대해 “혼자 떠들게 냅두라”고 답해 은근히 무시하는 태도를 풍겼다.반면에 유승민 의원은 지난 6일 “홍 후보는 형사 피고인으로 이번 대선에 출마할 자격이 없다”며 날이 선 비판을 쏟아내 단일화 가능성을 차단했다. 유 의원 측 지상욱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꼼수 지사직 사퇴’ 논란에 대해 “형사 피고인 홍 후보는 당장 후보직 학교(감옥)에 가시기 바란다”고 비꼬았다.이렇게 각 후보들이 정책 대결보다는 대선 구도에 치중한 네거티브 공세로 일관하는 이유는 짧은 대선에서 약점을 집중 공략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아직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무당층과 중도표심을 파고들 수 있다는 이점으로 인해 후보들이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는 듯하다.정치권 관계자는 “안 후보의 지지율이 급변하고 보수층이 캐스팅보트가 되는 듯한 구도로 흘러가면서 단기적으로 효과가 있는 네거티브에 후보들이 더 집중하는 모습”이라며 “이번 선거가 이전 선거보다 더 정책대결이 없는 구도 싸움, 네거티브 싸움으로 흘러갈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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