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쓰인 활자를 눈으로 읽는 책읽기가 아닌 ‘낭독’이 책읽기의 또다른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개국한 ‘낭독TV’, 연극배우들이 한국 근현대 소설을 낭송한 오디오 북 ‘100인의 배우, 우리 문학을 읽다’ 시리즈, 그리고 낭송에 적합한 글을 담은 책 ‘낭송 Q 시리즈’ 등 책 낭독 전문 방송과 책들이 속속 개국하거나 출간되고 있는 것이다. ‘듣는 책’은 단순히 기존의 종이책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호흡을 고르고 목소리를 가다듬으면서 기운을 재정비하고 삶을 돌아보게 만들어 치유와 소통의 역할도 한다는 게 듣는 책과 이야기를 만드는 이들의 주장이다. 지난 1일 개국한 ‘모바일 웹방송’인 낭독TV는 2003년부터 2012년까지 9년간 방송된 KBS ‘낭독의 발견’ 프로그램을 모태로 삼았다. 다양한 분야의 명사를 초청해 출연자의 삶이 담긴 텍스트를 낭독하는 문화예술 프로그램이었던 ‘낭독의 발견’은 현재 많은 출판사들이 개최하는 북콘서트의 원형이기도 하다. 낭독TV는 ‘낭독의 발견’ 첫 기획자이자 연출가였던 홍경수 순천향대학교 교수와 출판평론가 장은수씨, 순천향대학교 미디어콘텐츠학과 재학생들과 방송작가들이 의기투합해 설립했다. 낭독TV는 개국을 알리는 ‘0회 특별대담’에서 ‘왜, 다시 낭독인가·’를 토론한 데 이어 지난 8일에는 1회 프로그램인 ‘소설가 조남주 ‘82년생 김지영’을 낭독하다’ 편이 업로드됐다. 낭독TV는 매주 토요일 밤 10시에 프로그램이 업로드된다. 앞서 지난달 21일에는 연극배우들이 각자 개성을 살려 생생하게 한국 근현대 중단편소설 100편을 낭송한 EBS 프로그램인 ‘100인의 배우, 우리 문학을 읽다’가 완료돼 오디오북으로 출시되기도 했다. 배우들의 멋진 목소리나 작가의 목소리가 아닌 투박한 어머니, 아버지의 목소리로도 우리 옛이야기를 감상할 수 있도록 한 책 ‘낭송Q 시리즈’ 민담·설화편(북드라망) 4권도 출간됐다. ‘낭송Q 시리즈’는 2014년 고전평론가 고미숙씨가 처음 기획한 것으로 판소리, 사서, 불경, 고전소설 등 낭송에 적합한 다양한 고전을 시리즈로 펴내왔다. 이번의 민담·설화편은 한국학중앙연구원이 펴낸 ‘한국구비문학대계’ 중에서 말맛이 살아있고 민초들의 희노애락이 녹아있는 경기도, 경상남도, 경북도, 제주도의 옛이야기들을 모으고 각색해 펴냈다. 책 속 인물들과 이야기는 손에 잡힐 듯 생생하다. 이를테면 경북 출신 조선시대 영의정이었던 서애 유성룡은 먹을 것을 앞에 두고 분별심을 잃으며 “이리 귀한 것을 저녁마둥 자시면서 날 왜 안 불렀소?”하며 진한 사투리로 상대를 타박한다. 살아있는 사투리와 낭독에 맞게 리듬을 살린 글 덕에 누구든 읽기만 하면 화톳불 앞에서 삶의 시름을 달래가며 옛날 이야기를 전해주던 할머니와 그 손자손녀가 된다고 책을 기획한 이들은 말한다. 이 시리즈는 충청도, 강원도, 전라도 편도 출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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