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 가지 같은 야채들도 애초에는 꽃이었다 한다. 잎이나 줄기가 유독 인간의 입에 단 바람에 꽃에서….” 검색창에 ‘야채’를 써 넣으니 본문에 야채라는 단어가 포함된 시들이 수십개가 검색된다. 재기발랄한 시어를 자랑하는 김경미의 ‘야채사(野菜史)’를 클릭하니 전문이 나온다. 이 뿐만이 아니다. ‘슬플 때’ ‘외로울 때’ ‘비가 올 때’를 비롯해 ‘혼자 있는 당신에게’ ‘혼자 술을 마시다가’ 등 기분에 따라 시를 추천해주는 큐레이션 기능의 ‘테마별 추천시’도 볼 만하다. 매일 계절과 날씨에 맞게 시를 배달해주는 푸시 기능 ‘오늘의 시’도 눈길을 끈다. 출판사 창비가 창간 50주년을 맞아 3만3000여편에 이르는 시 콘텐츠가 담긴 시 전문 모바일앱 ‘시요일’을 출시했다. ‘창비시전’에 참여한 고은, 신경림, 정희성, 천양희 등 원로와 김사인, 정호승, 도종환, 안도현 등 중진 시인, 문태준, 손택수, 김선우 등 중견 시인, 안희연, 신미나 등 신진 시인 등 220여명의 시가 담겼다. 창비시전 외에도 고은의 ‘만인보’(30권) 등의 단행본과 권태응의 ‘감자꽃’를 비롯한 동시집과 청소년시집, 김소월, 윤동주, 한용운, 정지용, 이상, 오장환, 김영랑, 김수영 등 한국을 대표하는 시인들의 대표시들도 포함됐다.박신규 창비 편집전문위원은 지난 11일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열린 ‘시요일’ 간담회에서 “방대하면서도 뛰어난 시 콘텐츠를 독자가 좀더 친근하게 접하고, 손쉽게 향유할 수 있는 새로운 문학 플랫폼”이라고 소개했다. 앞으로 계속 업그레이드되는 플랫폼이다. 번역시, 시조 등 고전, 참여를 원하는 다른 출판사의 시도 수록해나간다는 계획이다. 박신규 위원은 “자기가 좋아하는 시를 모아 POD(주문형 출판·Publish On Demand)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게 만들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미 국내에는 문학 관련 앱이 여러 개 나와 있다. 서정호 미디어창비 실장은 “‘수요일’이 다른 앱과 가장 차별화되는 지점은 큐레이션 기능”이라며 “본문 내용의 전문에 대한 서치가 가능하다고 데이터베이스를 했고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플랫폼으로 전환이 가능하다는 것도 특징”이라고 소개했다. ‘시요일’은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만큼 독자와의 소통도 적극적으로 꾀한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특정 시를 공유할 수 있고 그 시를 휴대폰 문자 메시지로도 ‘선물’할 수 있다. 구독형 앱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이달 말까지는 대부분의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지만 다음달부터는 월 3900원의 이용료를 내야 한다. 시인들에게도 저작권료가 돌아간다.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처럼 클릭수에 따라, 저작권료가 분배되는데 분배 비율은 더 높다.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데 기여도를 인정해 이 애플리케이션에 실린 시에 대한 선인세를 참여 시인에게 지급했다. 일부에서는 종이 시집에게 타격을 주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 어린 시선도 보낸다. 박신규 위원은 “앱을 통해 향유하는 시가 늘어나면 물성을 중시하는 독자들이 종이 책을 더 구매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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