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복지분야에서 복지사각지대를 양산하는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부양의무제다. 부양의무제는 수급 대상자의 부모나 자녀에게 재산이 있거나 일할 능력이 있으면 기초생활수급자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제도이다. 즉 어르신들이 아무리 가난에 시달리고 있어도 자식들에게 돈이 어느 정도 있으면 자식들이 부모를 부양할 의무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빈곤층 노부모 등에게 국가가 기초 생계비를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초 수급자가 되려면 본인과 부양의무자(자녀) 모두 소득과 재산이 일정 기준을 넘지 말아야 한다. 둘 중 하나라도 초과하면 노부모가 최저생계비 이하의 생활을 하더라도 기초생활수급자로 인정받지 못한다. 이로 인해 본인은 빈곤층임에도 자녀, 즉 부양의무자가 있다는 이유로 생계비 지원을 못 받는 노부모 등이 117만 명이나 된다. 심지어 이들 가운데 실제로 자녀로부터 부양을 못 받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번 대선에선 이런 불합리를 제거하겠다는 공약이 쏟아져 나왔다. 문재인, 안철수, 유승민, 심상정 후보가 부양의무제를 폐지하고 국가부양제로 전환하는 공약을 내놓았다. 당선이 유력한 문재인, 안철수 후보도 포함돼 있어서 다음 정부에서는 노부모 부양 제도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부양의무제 폐지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 적지 않다. 우선 연간 10조원 가량의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지만 뚜렷한 재원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문재인, 안철수 후보도 뚜렷한 재원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결국 증세를 통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국가가 부양의무제를 폐지하고 생계비를 지급하면 그나마 부모를 잘 부양하던 자녀들까지 부양을 기피하게 되면서 효(孝)의식이 사라질 우려도 커진다. 득실을 잘 따져야 할 상황인 것이다. 다양한 절충안을 내놓고 있다. 노대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장애인 등 특수한 어려움에 처한 계층부터 부양의무제를 폐지하자고 한다. 양재진 연세대 교수는 현재는 기초생보제의 네 가지 수당 중 교육급여 수급자만 부양의무자를 적용하지 않는데 단계적으로 주거·의료급여 수급자까지 제외하자는 입장이다. 국회입법조사처의 최병근 입법조사관도 기초생활 수급 기준에 따라 주거급여-의료급여-생계급여 순으로 부양의무제를 순차적으로 폐지, 국가 재정 부담을 완화하자는 안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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