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세상을 얻은 것 같습니다. 숨쉬기가 편안하고 몸도 더 좋아지고 기분도 상쾌합니다. 모든 분들께 감사하는 마음 드립니다. 그리고 심장을 주신 분께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 겁니다”지난 14일 대구 중구 계명대 동산병원 병실에서 만난 60대 남성 A씨는 붉어진 눈시울로 기자에게 이렇게 소감을 전했다. 확장성 심근병증으로 심장이식 수술을 받은 A씨는 대구·경북지역에서 성공한 첫 심장이식 사례자다. A씨는 “수술 전에는 5m도 제대로 숨이차서 걸을 수가 없었다. 발이 떨어지지 않아 갑갑하고 엄청 절박한 마음이 없다. 이건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 수술 받고 나서 눈을 뜨자 눈에 들어 온 불빛을 보고서야 살았다는 생각에 말 할 수 없이 감사한 마음에 북받쳐 눈물이 났다”고 했다. 2005년 동산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A씨는 그때서야 자신의 심장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알게됐고 이후 꾸준한 약물치료를 받아왔다.  A씨의 심장은 계속 상태가 악화됐고 2014년에 ICD(Implantable Cardioverter Defibrillator, 삽입형 심장제세동기) 삽입시술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 2월 A씨는 무리하게 몸을 움직인 탓에 긴급히 입원했다. 정상인의 경우 심장에서 압출을 통해 뿜어내는 혈액량의 비율인 심박출율은 60~70%로 50% 이하로 떨어지면 심장이상으로 판단한다. 당시 A씨의 경우 심박출율이 10%이하까지 떨어져 혈액 순환이 제대로 되지 못하면서 몸 안 세포에 물이 차기 시작하면서 울혈과 부종이 나타났다. 의료진은 A씨에 대해 심장이식 외 방법이 없다는 판단으로 수술을 결정했다. 지난달 24일 수술을 받은 A씨는 하루만에 기관호흡장치를 뽑고 이어 3일만에 중환자실에서 장기이식환자병동으로 옮긴 뒤 지난 14일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했다. 김 교수는 “지금까지의 치유 과정은 순조롭게 감염이나 면역억제제에 대한 부작용 등 큰 문제없이 잘 진행되고 있고 회복되고 있다. 환자 본인도 의지가 좋아서 협조도 잘 되고 있고 스스로 심장재활을 잘 하고 있어서 좋아진 상태”라고 밝혔다. ▣ 지역 의료원에 대한 평가·시선 달라지는 계기심장이식 수술은 지난해에도 150여건이 시행되는 등 1992년 서울아산병원에서 국내에서 처음 시행된 뒤 수도권 지역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꾸준히 시행돼 오고 있다. 지역에서도 20여년 전 계명대 동산병원 등 2개 병원에서 시도됐지만 실패했다. 김 교수는 이번 수술 성공에 대해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술이나 회복 치료에서 운이 따랐다는 뜻이 아니다. 지역에서도 심장이식 수술을 하기 위해 오랜시간 많은 준비를 해온 준비된 의료진과 지역에서 나타난 공여자를 때마침 만날 수 있었다는 의미다.1년에 100여건의 심장이식 수술이 진행되지만 공여자를 기다리는 대기자들이 많다. 하지만 A씨는 입원 한달만에 심장을 이식받을 수 있었다.김 교수는 “지난해 150명 정도가 (심장이식)수술을 받았는데 대기자 중 일부는 기다리다 숨지는 분들도 있다. 이식결정 순서는 환자응급도에 따라 결정되고 혈액형과 체형, 지역적인 측면이 중요하다. 한국장기이식협회에서는 이같은 원칙에 따라 배정해주고 있다”고 했다. 의료진에 따르면 중요 장기기관인 심장이식 수술은 다른 장기와는 달리 적출 후 2시간에서 최대 4시간 안에 수술을 원칙으로 한다. 때문에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공여자가 있다 하더라도 대구 등 지방으로 옮기는 것은 시간적인 제약이 따른다. 수도권에 이식수술 환자가 몰리는 이유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반대로 지역에서 공여자가 있더라도 지역에 환자가 없는 탓에 소중한 공여자의 심장이 못쓰게 되는 경우도 있다.김 교수는 “환자입장에서도 지역의 첫 심장이식 (성공)수술 사례가 될 수 있다는 부분에 대한 우려가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첫 사례라는 것이 병원에서 그리고 지역에서 첫 사례라는 것일 뿐 저와 수술을 맡은 의료진 개개인에게 있어서 이번 심장이식 수술이 처음이 아니어서 자신이 있었다”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이식수술을 집도한 흉부외과 박남희 교수는 “이번에 대구·경북 최초로 심장이식 수술을 성공함으로써 지역 환자들이 안전하면서도 보다 빠르고 편리하게 고난도의 심장이식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김 교수는 “A씨의 사례처럼 무조건 수도권으로 향하는 것보다 지역의 잇점을 살릴 수 있었다는 점이 가장 큰 의의가 있다”며 “이번 사례를 통해 지역 의료원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