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이야기 예술의 본령은 문학이다. 이야기가 삶에 대한 은유이자 인간을 총체적으로 규명하는 작업이라면, 인간과 삶과 세계를 한계 없이 은유해낼 수 있는 장르는 문학뿐이라고 생각한다.”(정유정) “소설은 이야기하는 방식의 문제이고, 더 나아가 인생을 사는 문제예요. 이 세계를 어떻게 설명하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져요. 그러면 ‘이야기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가’라고 물으면, 지금의 나보다 더 나은 존재여야 한다는 거죠.”(김연수)10명의 국내외 소설가들이 출판사 은행나무의 격월간 문학잡지 ‘악스트(Axt)’와 가진 인터뷰 모음집 ‘이것이 나의 도끼다’가 출간됐다. 정유정, 김연수를 비롯해 천명관, 공지영, 듀나, 파스칼 키냐르, 이장욱, 윤대녕, 다와다 요코, 김탁환 등 걸출한 국내외 작가 10명이 인간이자 작가로서 글과 삶, 소설 쓰기의 고통과 환희에 대해 말했다. ‘Axt’는 “책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다”라는 프란츠 카프카의 한 문장을 기치로 내세웠다. 문학이 지루하다는 편견과 지리멸렬을 권위로 삼은 상상력에 대한 저항을 표방하고 2015년 7월 창간됐다. 특히 소설가 배수아·백가흠·정용준, 번역가 노승영으로 꾸려진 편집진들이 직접 한 명의 소설가를 인터뷰하는 기획으로 만들어진 ‘커버스토리’가 큰 호응을 얻었다. 창간호를 장식했던 천명관 인터뷰에서는 소설 내부적인 담론보다는 문단이나 문학계 외부 환경에 관해 그의 가열 찬 목소리를 들어볼 수 있다. “문학은 종교가 아니다. 문학은 숭고한 신념이 필요하다기보다는 근본적으로 글을 써서 자기 생계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라는 경험에서 나온 현실적인 충고가 아프게 다가온다. 공지영은 “진실을 바르게 말하는 것이 지금의 사회를 그나마 덜 다치게 한다”고 강변한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등을 통한 정치적 발언으로 종종 시비에 휩싸인 그녀는 당당한 목소리로 한국문학과 한국정치, 여성문제와 종교 등 다각적인 문제들을 두루 짚어나간다. 듀나는 이번 단행본을 위해 새롭게 인터뷰했다. 지난해 5호(2016년 3·4월호)에서 인터뷰어가 정체를 공개하지 않는 듀나의 신상과 익명성에만 초점을 맞춘 인터뷰를 하면서 문학계에서 논란이 일어난 바 있다. 동료 SF작가 김보영 씨가 인터뷰어로 나선 이번 인터뷰에서 듀나는 SF소설에서의 주목할 만한 시각과 시점을 세밀하게 제시한다. 장르적인 소재를 차용한 작품을 집필하는 데에서 오는 고달픔과 애환, 과학에 입각한 사회학적인 상상력 등 사적인 것이 아닌 문학적인 내밀함을 톺아볼 수 있다. 다와다 요코는 일본에서 태어나 독일에 거주하면서 독일어와 일본어로 작품을 쓰는 소설가다. 그녀는 익숙한 언어가 얼마나 낮선 매개체로 사람들 사이에 놓여 있는가 하는 것과 그 경계에서 누구나 이방인이 돼 가는 침잠된 세계를 줄곧 다뤄왔다. 그는 “외국어의 문장, 표현, 혹은 어떤 텍스트가 내 생각과 감정을 움직일 수 있느냐 없느냐가 내게는 더욱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372쪽, 1만5000원,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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