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지난 18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6일 방한한 펜스 부통령은 이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연설에서 “지난 5년간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2배 이상 늘어났다”며 “앞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이미 예견된 일이지만 미국 고위급 인사가 한·미 자유무역협정 개정 의사를 밝힌 것은 처음이다. 펜스 미국 부통령의 지난 18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선’언급은 전혀 예고되지 않은 발언이다. 한국 통상당국과의 사전 조율도 없었다. 우리 측 통상산업자원부 고위 관계자도 “(펜스의) FTA 개정 관련 발언은 사실 예측하지 못했다”고 실토했을 정도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17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의 면담에서도 한·미 FTA와 관련한 대화는 없었다고 하니 정책 당국자들 당혹스러움이 짐작되고도 남는다. 펜스의 발언으로 한미 FTA의 수정을 기정사실화한 셈이 됐다. 5월 9일 출발할 새 정부에 대해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재협상’이 아닌 ‘개정’이라는 표현에 안도하는 당국자들의 모습이 안쓰러울 정도이지만 확실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재협상이든 개선이든 한미 FTA를 어떤 형태로든 손질할 방침을 굳히고 있다는 사실이다.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당당하게 맞설 필요가 있다. 무역수지가 과연 미국의 주장이 사실인지 착시현상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예를 들어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가 2011년 116억 달러에서 2016년 233억 달러로 2배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서비스수지는 미국측 흑자가 109억달러에서 141억달러로 급증한 것을 간과해선 안 된다. 뿐만 아니라 한국의 대미 직접투자(FDI)가 FTA 발효 전에 비해 60% 급증해 미국인 일자리를 1만개 이상 늘렸다는 분석도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타결로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 쇠고기의 50%를 점유하고 있지만 국내 축산농가 생산기반은 붕괴위기에 몰린 것을 들어 이번 기회에 바로잡도록 노력해야 한다. 문제는 대선 후보들이다. 한미 FTA 문제가 차기 정부의 중요한 대외정책 과제로 부상하고 있음에도 펜스의 발언에 대해 일체 언급하지 않고 있다. 앞으로 정치와 경제 분야 TV 토론에서 분명한 원칙과 해법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