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의 올리버 색스가 나아간 길을 따라, 과학 저널리스트 아닐 아난타스와미는 책 ‘나는 죽었다고 말하는 남자’를 통해 ‘나를 잃어버린 사람들’의 세계로 들어선다. 그 세계에는 자폐스펙트럼장애·알츠하이머·조현병처럼 제법 들어본 병명들부터, 이름도 낯선 신체통합정체성장애, 초자연현상처럼 들리는 유체이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신경심리학적 질병을 겪는 인물들이 등장한다.때로 기이하고 때로는 섬뜩하기도 한 이 탐사의 중심에는 ‘나는 어디에 존재하며 우리는 어떻게 그것을 아는가?’라는 인간의 근본적 질문이 도사리고 있다. 뇌와 몸, 정신과 자아, 사회 사이에 경이로울 만큼 복잡하게 이어진 연결고리를 흥미롭게 더듬어가는 가운데, 우리는 ‘나를 잃어버린 사람들’의 기이한 경험에서 드러나는 ‘나’(또는 ‘자아’)의 빈자리에서 역설적이게도 자아의 정체를 포착하게 된다. 책에 등장하는 독특한 증세에 시달리는 환자들은 모두 영화 속 주인공이 아니라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들이다. 나를 잃어버린 사람들, 자아가 뒤틀리거나 왜곡돼 생경한 증세를 앓는 이들은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이들의 뇌에서는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과학 저널리스트 아난타스와미는 코타르증후군·신체통합정체성장애·황홀경 간질 등 독특한 정신질환의 증상들을 통해 자아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폭로한다.21세기 신경과학이 대답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는 ‘자아는 어떻게 형성되는가?’라는 질문이다. 이 책은 정신의학적 통찰을 통해 자아의 본질에 대한 그 해답을 흥미롭게 탐구한다. 우리는 인생의 화두인 ‘나는 누구이며 어떻게 지금과 같은 모습이 됐는가?’에 대한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 변지영 옮김, 360쪽, 1만7000원, 더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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