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 TV토론의 수준이 갈수록 형편없어져 가고 있다. 지난 23일 밤 8시에 텔레비전을 지켜본 것은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후보들의 리더십과 정책 역량, 도덕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정작 후보들은 이런 본질과 사회자가 제시한 주제와 아무 상관없는 네거티브 공방에만 열을 올렸을 뿐이다. 지난 두 번의 토론회가 초등학생 수준도 안 되는 말싸움이란 혹평을 받았는데도 달라지기는커녕 무엇 때문에 다투는지도 분명치 않은 감정싸움으로 일관했다.이날 토론 주제는 외교안보·정치였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발사 등으로 불거진 한반도 위기 상황에서 안보 이슈가 대선의 핵심 이슈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 더구나 미국이 북한을 외과수술하듯 핵시설을 타격해도 중국이 군사적 개입을 하지 않겠다는 외신보도가 이어지는 등 한반도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상태여서 토론회에 대한 관심도 어느 때보다 더 높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유력 대선 후보의 안보관을 검증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토론회는 국민적 관심사를 파고 들기는커녕 주변적인 일을 까발리는 일로 시간을 낭비했다. 이날 토론회는 시작부터 홍준표 후보의 대학 시절 성추행 의혹을 놓고 사퇴 공방을 벌였고 이어서 ‘인권결의안 기권을 북에 물어보고 했느냐 안 했느냐’, 가족 불법채용 의혹, 말 바꾸기 논란 등을 놓고 난타전을 벌였다. 이번 대선은 선거 기간이 다른 때에 비해 짧다. 따라서 TV토론은 후보들이 자신의 국가경영 능력과 비전을 국민들에게 알릴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자 유일한 기회다. 그런데 이 아까운 시간을 네거티브와 입씨름으로 흘려보내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누가 잘하고 못하는지, 어느 후보의 정책이 마음에 드는지 평가하기보다 짜증과 실망으로 120분간을 보내게 된다. 대통령 탄핵정국으로 대선이 크게 앞당겨진 만큼 후보 자질 검증은 이번 대선의 가장 큰 과제다. 국민들은 모든 면에서 자질을 갖춘 대통령이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을 가장 객관적이고 직접적이면서도 빠르게 판단할 수 있는 장치는 현재로선 TV토론밖에 없다. 남은 두 번의 TV토론은 달라야 한다. 특히 최소한 한 번은 양자 TV토론으로 구성해야 한다. 대통령 선거 후에 국민들이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유력 후보자 두 사람만의 TV토론을 꼭 마련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