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책임한 대선 공약이 말썽이다. 우리나라 공직선거법 66조에는 ‘선거공약과 추진계획으로 각 사업의 목표·우선순위·이행절차·이행기한·재원조달방안을 게재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현 가능성이나 의지도 없이 일단 표를 얻고 보자는 선심성 공약 남발을 제어하기 위한 법률적 조치다. 그런가 하면 2006년 지방선거부터 국민적 참여를 통해 시작된 매니페스토운동을 통해 공약의 실효성 검증을 시행하고 있다. 정책의 구체적인 목표와 이행 방법, 재원 조달 방법 등을 명시한 공약 비교를 통해 후보의 공약 신뢰도를 검증하겠다는 목적이다. 하지만 5·9 대통령선거에 나선 대부분 후보들의 공약은 이 같은 공직선거법과 매니페스토운동의 취지와 목적에 부합되지 못하고 있다. 오로지 표를 모으기 위한 미끼일 따름이다. 한국메니페스트실천본부가 지난 24일 주요 대선후보의 공약 이행비용을 공개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190개 공약에 5년간 178조원,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153개 공약에 204조원,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220개 공약에 208조원,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281개 공약에 550조원의 비용이 들 것으로 내다봤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282개 공약을 내세웠지만 비용 추계도 없다. 유력 후보인 문재인 후보나 안철수 후보의 공약만 해도 국력을 기우려야 할 만큼 버겁다. 한마디로 불가능한 뜬구름 같은 공약이다.천문학적인 수치에 놀랄 일이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등 아직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지역 공약 이행에도 매년 수조원이 더 들어가야 한다. 대표적인 분야가 주택이다. 문 후보는 지난 24일 주택 공약을 내놓으면서 공적 임대주택 연간 17만채, 안 후보는 청년희망 임대주택 5만채 등 20만채를 매년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대선까지 또 어떤 공약이 나올지 모른다. 박근혜 정부에서 보듯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다. 대선주자들은 복지공약의 우선순위를 따져 완급을 가려야 한다. 또 재원을 어떤 방법으로 마련할 것인지 소상하게 밝혀야 한다. 후보들은 돈이 들어가는 복지공약에 대해서는 증세 여부를 포함해 세부 재원 마련 방안을 반드시 제시하길 바란다. 어느 세금을 얼마나 올려 얼마만큼의 재원을 확보할 것인지 상세한 계획을 내놓아야 한다. 유권자들도 복지공약의 실행 가능성 여부를 꼼꼼하게 따져보고 투표장에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