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발언의 수위가 예사롭지 않다. 한미FTA를 ‘끔찍한 협정’이라며 폐기할 수 있다고까지 엄포를 놓았다. 그리고 취임 100일을 맞은 지난달 29일 모든 FTA의 재검토를 명령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해 사실상 재협상을 기정사실화했다. 최근 호전 기미를 보이고 있는 우리 경제가 직격탄을 맞을 상황이 됐다.한미FTA를 손보겠다는 미국 정부의 발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4월 방한한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한미FTA 재검토’를 직접 언급했다. 폐기까지는 아니어도 재협상은 불가피한 상황으로 보인다. 어떤 방향이든 대미 수출에 타격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우리 3대 주력업종에서만 5년간 최대 170억달러의 수출 손실이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을 지난달 30일 내놓았다. 미국이 관세율 재산정을 통해 적자폭을 FTA 이전으로 되돌릴 경우 자동차 수출손실이 101억달러, 기계 55억달러, 철강이 14억달러에 이르고, 일자리도 15만4000개나 줄어든다고 하니 예사롭지 않다.트럼프 대통령이 한미FTA를 거론한 시기가 주목된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트럼프는 취임 100일을 맞았다. 이날 그는 미국이 맺은 모든 무역협정을 전면 재검토하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이다. 한미FTA 관련 보도가 나온 지 이틀 뒤의 일이다. 트럼프는 캐나다와도 신경전을 벌였다. 지난달 25일 트럼프는 미국 농부들을 만나 “캐나다가 우리 낙농업자들의 사업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 두고 보라”고 으름장을 놓은 것이다. 캐나다를 치고 한국을 때린 뒤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식으로 단계적인 절차를 밟아 행정명령 효과를 극대화하는 효과를 노린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상대방에게 공포감을 줘서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하는 입장이 우세하다. 그렇다고 해도 한미 FTA 재협상 또는 폐기 가능성에 대비는 해야 한다. 한미FTA는 실상 서로 윈-윈하는 상생의 관계다. 이는 미국도 인정한다. 그래서인지 펜스 부통령의 발언도 전면 재협상보다는 부분조정에 무게를 두고 있다. 따라서 우리가 미리 주눅들 필요는 없다. 우리 나름의 전략을 가지고 당당하게 협상에 임하라는 것이 관계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문제는 차기 정부의 대응 능력이다. 그 점에서 차기 대통령이 나올 대선 후보들의 대응자세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