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취임사에서 “약속을 지키는 솔직한 대통령이 되겠다”며 “선거 과정에서 했던 약속들을 꼼꼼히 챙기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의 이런 다짐은 지지해준 국민에게 든든한 신뢰를 안겨준다. 하지만 한편으로 다소 걱정스런 면도 없지 않다. 공약의 규모가 상당히 큰 반면 재원 마련 방안은 현실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내놓은 정책공약집 ‘나라를 나라답게’에 따르면 대선 공약 소요재원 규모는 연평균 35조6000억원, 5년간 178조원에 달한다. 상당부분이 복지공약인데 재정소요액을 과소 추산해 예상보다 많은 비용이 들어갈 경우 부담은 미래 세대가 짊어져야 할 수도 있다는 측면에서 국정과제를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도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다시 말해 선거 공약의 기본 프레임은 가지고 가되, 현실성이 떨어지는 수치는 수정해 국정 추진력을 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우선 매년 소요 재원을 용처별로 살펴보면 △공공일자리 81만개 창출 4조2000억원 △저출산·고령화 극복, 주거복지, 사회안전망 강화 등 복지 지원 18조7000억원 △누리과정 국고지원 등 교육비 지원 5조6000억원 △소상공인·중소기업 지원 2조5000억원 △국방·기타 4조6000억원 등이다. 복지지원(18조7000억원)만 해도 드는 돈이 전체 재정소요액의 절반을 넘는다. 여기에 교육비 지원도 누리과정 국고지원, 고교무상교육 실현, 등록금부담 경감, 초등돌봄교실 전학년 확대 등 복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복지예산은 66%로 3분의 2에 달한다. 이것만해도 적지 않은 돈이지만 소요액을 과소 추산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TV토론 등에서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공공일자리 창출을 위한 재원이 적게 책정됐다고 주장했고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해 “정책본부장과 토론하라”며 속 시원한 답을 내놓지 못한 바 있다. 그런데다 81만개 중 17만4000개의 공무원 일자리는 당장의 봉급 뿐 아니라 향후 세금으로 충당될 가능성이 높은 공무원연금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별도의 비용이 또 필요한 셈이 된다. 공공서비스일자리 등도 향후 세금이 들어갈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민주당이 제시하는 재원조달 방안은 재정개혁과 세입개혁, 두 가지다. 재정개혁을 통해서는 연평균 22조4000억원(5년간 112조원), 세입개혁을 통해서는13조2000억원(5년간 66조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아껴쓰거나 허투루 나가는 돈을 단속해 63%를, 세입을 확충해 37%를 조달하겠다는 뜻이다. 세입개혁 13조2000억원 중 증세를 통해 조달되는 규모는 6조3000억원이다. 고소득자 과세 강화, 고액상속·증여에 대한 세부담 인상, 자산가 자본이득 과세 강화, 법인세 최저한세율 및 최고세율 인상 등의 세법개정을 계획 중이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빚 내서 복지하면 부담이 미래 세대로 떠넘겨진다”며 “현재 세대에게 세금을 걷어서 복지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증세는 열심히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을 격려하고 경제활동은 하지 않으면서 자원을 가진 사람에게 세금을 걷는 방식이 돼야할 것”이라며 “소득세보다는 자산에 대한 과세가 선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재정이 7%수준으로 확대되면 경제에 상당한 부담을 줄 가능성이 있다”며 “인건비 같은 누적 비용으로 늘어나면 더 그렇다”고 우려했다. 성 교수는 “후보 시절 이야기한 것을 다 실천해야 한다고 생각할 게 아니라 기본적인 원칙은 지키되 수치를 현실적으로 수정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며 “오히려 무리하게 공약을 달성하려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