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먹는 밥은 그저 끼니 때우기가 되기 쉽지만, 어떤 음식은 영원히 기억에 남는다. 추운 겨울날 연인과 길에서 먹었던 오뎅 꼬치, 어린이날 놀이공원에서 먹은 소프트 아이스크림, 그 순간의 감정은 고스란히 혀로 기억된다.만화 ‘초년의 맛’에 등장하는 20~30대 초년의 맛은 때로는 달고, 때로는 쓰다. 이혼으로 따로 살게 된 엄마가 타준 매실청의 기억, 힘겨운 취업준비 중 배달된 고향의 곶감, 운전면허 학원에서 일하며 마시는 자판기 커피, 굴욕적인 선 자리의 기억을 털기 위해 먹는 불닭발, 배우의 길을 포기하고 카페에 취직해 마시는 카페모카, 공부할 시간을 뺏기지 않기 위해 노량진 거리에서 혼자 먹는 컵밥….앵무 만화 ’초년의 맛’ 각 화의 주인공들은 지금 청년층의 고민들을 병풍처럼 보여준다. 가족·취업·연애·우정·진로…. 다양한 주인공이 등장하지만 모두 사회에 진입하기 위해 애써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이야기들이다. 사회에 번듯하게 자리 잡은 친구들 사이에서 어느새 초라해지는 취업준비생 수연, 운전면허 시험에서조차 네번이나 떨어지며 “남들은 쉽게 가는 길이 내겐 너무나 어렵다”고 자책하는 수지, 배우의 꿈을 위해 애쓰다 현실의 벽을 마주하고 취직의 길을 택하는 민희. 주변에 있음직한 캐릭터와 사연을 담은 에피소드들이 보석처럼 반짝이며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는다. 428쪽, 1만8000원,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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