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예천군의 한 관계자는 현재의 허술한 양곡창고 관리체계를 개선하지 않는 한 얼마든지 전국에서 유사한 사고가 터질 수 있음을 경고했다.앞서 예천군은 지난달 4일부터 김모(44)씨 일가족 명의의 8개 양곡창고에 대해 보관 중인 정부양곡 재고조사를 실시했다. 창고 6개는 김씨 모친, 나머지 1개씩은 김씨와 김씨의 조카 명의다. 4개 창고 입구에는 800㎏들이 양곡 포대를 수북이 쌓아 출입을 어렵게 해 놓았다. 관계자들이 입구를 치우고 들어가 확인한 결과 이곳에 보관 중이던 정부양곡 1792톤(800㎏들이 2240포대)이 사라졌다.창고에서 흔적없이 사라진 물량은 수매가 기준 26억원, 시가로는 17억원에 이른다.예천군은 정부 양곡을 보관하는 대가로 김씨에게 매달 보관료 2500만원을 꼬박꼬박 지급해 왔다. 결국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 됐다.문제는 여러곳에서 나타났다. 정부는 양곡 관리를 위해 광역자치단체에는 ‘양곡관리관’, 기초자치단체에는 ‘분임관리관’을 두고 있다. 예천군의 경우 농정과에 양곡담당 직원 1명이 전담한다. 예천에 있는 양곡창고는 모두 69개, 보관 중인 양곡은 총 4만 여톤(40㎏~800㎏들이 100만 포대)이다. 양곡관리 외에도 수매와 각종 보조사업까지 처리하고 있는 직원 1명이 맡기에는 무리였다. 재고조사 기간이 짧은 것도 문제를 키웠다. 정기적인 재고조사는 연 2회(3월 말, 10월 말 기준) 실시한다. 관리 중인 창고가 50개동 이상이면 8일, 90개동 이상이면 10일 이내에 끝내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69개동을 관리 중인 예천군은 8일 이내에 100만 포대가 정확히 맞는지 조사해야 한다. 한 관계자는 “지그재그로 쌓여 있는 양곡 포대의 숫자를 이 기간 내에 정확히 파악한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한다.대부분 민간창고에 CCTV가 설치돼 있지 않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설사 일부 설치돼 있는 CCTV도 이를 통제관리할 수 있는 행정기관 시스템과 연결돼 있지 않아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단순히 민간업자가 방범용으로 설치해 놓았을 뿐 내부자가 마음만 먹으면 CCTV는 장식용에 불과하기 때문이다.일단, 보관 중인 양곡은 농림축산식품부에서 NH농협보험에 가입해 놓아 물질적 피해는 없다. 도난 사건에 대비해 창고별로 6명의 연대보증도 세워놓은 상태이다. 곡물협회 경북지회 공동담보금도 10억원에 이른다.하지만 인근 농민들이 개인적으로 김씨 창고에 보관했던 양곡도 상당량으로 알려져 주민들의 피해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예천군의 한 관계자는 “재발방지를 위해서는 정기점검 제도를 상시점검으로 바꿔야 한다”며 “양곡보관 창고문 개폐시 행정기관에서 체크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한편 경북도내 각 지자체에서 관리 중인 정부양곡 저장창고는 총 678개(개인창고 334, 농협창고 344)이다. 이곳에 보관 중인 양곡은 지난달 말 기준 42만4000톤이다. 이들 창고에 대해 정부가 지급하는 보관료는 2016년 기준 142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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