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 문경 굴봉산 돌리네(Doline) 습지의 ‘보호지역’ 지정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문경시는 “환경부 관계자가 지난 3월 주민설명회에 이어 최근 전화통화에서도 올해 상반기 중 문경 돌리네 습지 보호지역 지정고시를 준비 중이라고 재차 확인했다”고 밝혔다. 시는 보호지역으로 지정되면 올 하반기 중 사유지 매입을 위한 감정평가 및 소유주들로부터 매수신청을 받은 후 내년 초부터 중앙정부 예산을 투입해 순차적으로 매입한다. 문경시는 “매입 대상지 소유주 68명 중 2명만이 묘소 이전 문제로 매각에 반대 입장”이라”며 “해당 묘는 습지보전에 영향이 없는 습지 인근 야산에 있어 복원사업은 큰 어려움 없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문경 굴봉산 돌리네 습지는 106필지 40만㎡으로 소유주 대부분은 외지인으로 알려졌다. 터 매입비는 15억~18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 습지는 2011년 환경부의 ‘생태·경관 우수지역 발굴조사’ 과정에서 처음 발견됐다.이후 6년이 지나도록 관계기관에서 마땅한 대책을 수립하지 못해 습지를 가로지르는 콘크리트 도로가 만들어지고 밭 개간 면적도 크게 늘었다. 습지 내 경작지에 대한 농약 사용 및 인위적 관개수로 개설 등으로 습지 파괴가 한층 가속화되면서 시급한 보전대책 마련이 요구돼 왔다. 문경시는 굴봉산 습지 발견 이듬해인 2012년 6월 굴봉산 습지에 밭기반조성공사를 시작했다. 당시 추진 중이던 밭기반조성공사를 중지할 법적 근거가 없어 습지를 가로질러 농경지를 잇는 콘크리트 길을 만들었다. 콘크리트 길이 뚫리면서 영농 환경이 좋아지자 주민들은 습지에 대한 본격적인 개간을 시작했다. 오미자·사과밭이 크게 늘었다. 필요한 농업용수는 습지 웅덩이에 있는 물을 양수기로 끌어다가 사용했다. 농작지에 대한 농약 사용을 비롯해 농기계 출입로 개설, 인공 관개수로 건설 등으로 습지가 급속히 파괴됐다. 시는 지난해 10월이 돼서야 굴봉산 습지 일대를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해 국가차원에서 보전·관리해 줄 것을 주민들의 건의서를 첨부해 환경부에 건의했다. 환경부의 검토 의뢰를 받은 국립습지센터는 지난해 11월 30일 문경 돌리네 습지가 습지보호법에 따른 습지보호지역 지정에 합당하고, 남사르 습지 등재기준을 충족한다고 보고했다. 시는 지난 3월 산북면에서 환경부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주민설명회를 열어 주민들의 관심과 협조를 당부했다. 습지(wetland)는 일정 기간 이상 물에 잠겨 있거나 젖어 있는 지역을 말한다. 돌리네(Doline)는 석회함이 빗물이나 지하수에 용해 침식돼 지표면에 형성된 접시 모양으로 움푹 팬 웅덩이다. 석회암은 빗물이나 지하수에 녹아 내린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석회암 지형은 물을 담지 못하고 움푹 파이거나 동굴 형태를 띤다. 그러나 굴봉산 습지는 물이 잘 투과하지 못하는 점토 성분의 석회암 풍화토가 쌓이면서 논농사가 가능할 정도의 물이 웅덩이에 항상 차 있다. 세계적으로 석회암 지형 중 규모가 큰 우발레(Uvale)나 폴리에(Polje)에 습지가 형성된 것은 북미나 동유럽 등지에서 일부 확인됐지만 규모가 작은 돌리네에 습지가 형성된 것은 찾아보기 어렵다. 우발레란 2개 이상의 돌리네가 침식작용으로 합쳐져 만들어진 커다란 웅덩이, 폴리에는 다수의 폴리에 또는 우발레가 합쳐져 만들어진 분지이다. 굴봉산 습지는 수직 절리가 발달하고 배수구가 분포해 습지 형성이 어려운 곳에 만들어졌다. 인근 하천보다 120m 높은 해발고도 270~290m 지점의 굴봉산 산정부에 위치한다. 습지 규모는 갈수기 때 직경 50여m, 집중호우 시에는 250m까지 확장된다. 이 때 최대수심은 2.9m로 약 두 달간 지속된다. 고인 물은 측면 싱크홀(배수구)과 동굴을 통해 능선 너머에 있는 용천(유출구)으로 빠져 나간다. 이곳 습지에는 수달, 담비, 붉은배새매, 새매, 구렁이 등 6종의 멸종위기 동물과 쥐방울덩굴, 낙지다리, 들통발 등의 희귀식물을 포함해 총 731종의 동·식물이 서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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