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가 배가 고프다고 해서 잠시 정신이 나갔어요”지난달 22일 오후 대구 성서경찰서의 생활범죄수사팀 사무실.50대 가장인 A씨는 같은 달 17일 달서구 신당동의 한 식품가게에서 어묵 3봉지(시가 3만원)을 훔친 혐의로 경찰에 붙잡잡혔다.남루한 행색의 A씨는 10여년 전 부인과 헤어진 뒤 중학교 3학년인 딸 B양과 함께 살아오고 있었다.최근 교통사고를 당해 아픈 몸을 이끌고 막노동 일을 하던 A씨는 형편이 더 어려워져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A씨는 경찰에서 “나쁜 짓인 줄 알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며 “그래도 자식 보기에 부끄럽지 않은 아버지가 되려면 잘못된 일은 처벌을 받아야 하지 않겠느냐”며 고개를 떨궜다.경찰은 A씨의 집에서 피해품을 찾던 중 뜻밖의 물건을 발견했다. 바로 A씨가 쓴 유서였다.유서에 담긴 내용은 이랬다. “생활고를 겪고 있어 좌절감이 더 크고 범죄를 저질렀다는 죄책감에 죽고싶은 마음 뿐입니다”유서에는 딸 B양과 관련된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딸 아이가 형편이 어려워 끼니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고 교통비가 없어서 4km 거리가 되는 학교를 1시간씩 걸어서 등하교 하고 있는 실정이라…”안타까운 사정을 들은 식품가게 사장 C씨는 A씨를 선처 해주려 했다. 하지만 A씨의 범행이 반의사불벌죄(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처벌할 수 없는 범죄)가 아닌 절도죄에 해당 돼 처벌은 면할 수 없게 됐다. 이런 소식을 알게 된 경찰은 결국 A씨를 돕기로 했다.성서경찰서 생활범죄수사팀은 십시일반 모은 돈으로 A씨에게 쌀 20kg과 반찬을 지원하고 딸에게는 14만원이 충전된 교통카드와 용돈 5만원을 전달했다.해당 주민센터와도 연계해 A씨에게 생활지원금 등 총 90만원을 긴급지원하고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 매달 4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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