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핵발전소인 고리 1호기가 18일을 끝으로 영구정지된다. 드디어 우리나라에서도 처음으로 폐로가 시작되는 것이다. 사용후 핵연료 관리, 방사능에 오염된 원자로의 해체 등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한 일들이 벌어지게 된다. 거시적으로는 탈핵(脫核)으로 가는 새로운 국면이 시작된다.문제는 월성원전1호기다. 월성 1호기는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수명을 10년 연장해주는 바람에 불안한 상태로 가동 중이다. 지역주민들이 이에 맞서 소송을 냈고, 2월 서울행정법원이 수명 연장은 무효라는 판결을 했다. 그런데도 원자력안전위원회는 항소하면서 연장 가동을 강행하고 있다. 특히 정부는 서울행정법원이 ‘연장 취소’를 결정한 이유도 정부는 되새겨 봐야 한다. 재판부는 “원안위가 수명 연장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원자력안전법령이 요구하는 ‘변경 내용 비교표’를 제출하지 않았고, 운영 변경 허가와 관련한 주요 사항을 위원회 과장의 전결로 처리했으며 의결에 참여한 원안위 위원 가운데 2명은 결격 사유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폐로가 시급한 월성원전 1호기는 아직도 여진(餘震)에 시달리는 경주에서 가동 중이다.원안위는 가동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판결의 사회적 파장과 의미를 볼 때 쓸모없는 고집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월성 1호기는 지난해 경주 지진 때 연약 지반에 자리 잡은 사실이 밝혀져 큰 우려를 안겨준 원전이다. 전력 수급이 부족하지 않으니 이참에 가동을 중단하고 폐로 절차를 밟는 것이 옳다. 2022년 11월에 수명이 끝나는 만큼 5년 남짓 남은 기간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 불안한 원전은 폐로가 순리다.2029년까지 설계 수명이 종료되는 원전만 11개에 이른다. 자칫 전력 수급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 이런 재앙을 맞지 않으려면 원전당국의 자세도 달라져야 한다. 체르노빌 사고에 이어 일본 후쿠시마 사고가 핵발전의 극단적인 위험성을 경고했는데도 이를 무시하는 것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핵폐기물은 안전한 관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독일에 이어 스위스, 이탈리아, 벨기에가 탈핵을 결정했다. 심지어 대만은 완공률 98%의 핵발전소 건설을 중단하고, 2025년까지 핵발전소를 모두 없애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월성 1호기에 대해 ‘(수명 연장을 무효라고 한) 재판부 판결을 존중하고, 항소를 취하하고 즉각 폐쇄하겠다’던 약속부터 지켜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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