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의 한국 근현대사 속 인물을 현재로 소환하는 책들이 최근 잇달아 출간되고 있다. 아나키스트 독립운동가인 박열을 다룬 다양한 책들, ‘삼균주의’를 주창한 독립운동가 조소앙의 평전, 주세죽·허정숙·고명자 등 세 명의 ‘마르크스 걸’을 다룬 소설 등이 출간돼 잊힌 역사 속 인물들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특히 박열 관련한 서적은 이준익 감독의 영화개봉을 앞두고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이번 달에만 ‘아나키스트 박열’(책이있는마을), ‘박열, 불온한 조선인 혁명가’(인문서원), ‘운명의 승리자 박열’(현인), ‘나는 박열이다’(책뜨락), ‘열애’(원제 ‘박열의 사랑’, 해냄), ‘대역죄인 뱍열과 가네코’(스타북스) 등의 책이 출간됐다. 1996년 박열에 대한 책이 ‘박열 평전’(가람기획)으로 처음 출간된 후 20년간 두세 권 더 출간된 것을 고려하면 ‘이상 과열’ 양상을 띠고 있다.  박열은 1923년 관동대지진 후 일어난 일본인들의 조선인 학살을 무마하기 위한 희생양으로 일본 경찰이 체포한 아나키스트(무정부주의) 독립운동가다. 애인이었던 가네코 후미코와 체포된 그는 천황 암살을 위해 해외에서 폭탄을 수입하려 했다는 것이 재판 과정에서 밝혀져 가네코와 함께 사형선고를 받았으나, 후에 무기징역으로 감형됐다. 두 사람이 일본검찰의 문초를 받을 때 서로 포옹하는 모습의 사진이 외부에 누출돼 일본에 큰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둘은 복역 중 결혼신고서를 구청에 제출해 공식적으로 부부가 됐으나 가네코는 형무소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박열은 1945년 광복으로 22년 2개월 만에 석방됐다. 조소앙은 평생을 독립운동과 ‘삼균주의’ 사상 구현에 힘 쏟고, 해방 후에는 통일정부 수립을 위해, 납북돼서는 중립화 통일론을 추구하며 치열하게 살았던 인물이다. 최근 ‘조소앙 평전’(채륜)이 출간돼 그의 삶과 함께 정치·경제·교육의 균등을 통해 개인·민족·국가 간의 균등을 이루자는 사상인 삼균주의도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머리를 단발로 자른 세 여자가 청계천으로 짐작되는 개울에 맨발을 담그고 편안하게 앉거나 서 있는 사진을 표지에 실은 ‘세 여자’(한겨레출판)는 남로당 총책 박헌영의 부인이었던 주세죽, 나중에 북한 정권의 사법상과 최고인민회의 부의장 등을 지낸 허정숙, 박헌영의 동지인 공산주의 활동가 김단야의 연인이었던 고명자의 일생을 다룬 소설이다.또 1930년대에 태어나 독일 유학까지 한 전혜린을 다룬 책도 출간됐다. ‘문학소녀’(민음사)는 전혜린이라는 존재를 등장할 수 있게 했던 시대적, 사회적 맥락을 살피면서 그가 남긴 글을 다시 꼼꼼하게 읽어내는 책이다.각종 매체에 근현대 역사 칼럼을 연재하는 김형민 SBS PD는 “대중의 입맛에 맞게 인물을 단순화하거나 흥미 위주로 쓰는 것은 경계해야 하지만 알려지지 않은 역사 속 중요한 인물을 대중매체나 책으로 대중에게 알리는 것은 좋은 시도”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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