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권 최대 식수원인 안동호가 몸살을 앓고 있다.3일 오전 잉어와 붕어 등 20~50㎝ 크기의 물고기 수천 마리가 떼죽음을 당한 채 발견됐다. 지난 5월에는 이 곳에서 먹이활동을 하는 인근 왜가리 수백 마리가 집단 폐사했다.하지만 안동시 등 관계당국은 매년 반복되고 있는 이같은 조·어류 폐사에 대해 “중금속이 원인은 아니다”란 말만 되풀이할 뿐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3일 오전 9시 장맛비가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찾은 안동시 도산면 동부리 선착장 인근 안동호 갯벌 주변에는 배를 드러낸 채 죽은 수천 마리의 물고기가 물속에 둥둥 떠 있었다.호수 안에서 죽은 것으로 보이는 이들 물고기들은 바람에 밀려 동부리 선착장 왼쪽 2㎞ 가량 펼쳐진 갯벌로 계속 떠밀려 왔다. 호수 안 물위에도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양의 죽은 물고기가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호수는 짙은 녹조와 부유물에 뒤덮여 생명체가 살 수 없는 곳처럼 보였다. 호수 건너편 갯벌과 물가에는 백로 수십마리가 날아와 긴부리로 죽은 물고기를 건져 먹으며 배를 채우는 모습이 관찰됐다. 갯벌 곳곳에는 미처 수거하지 못한 어류가 연일 지속된 무더위 속에 부패가 진행되면서 구더기가 소복히 앉아 꿈틀대는 광경도 목격됐다. 장맛비가 세차게 쏟아지고 있었지만 여전히 악취가 진동했다.안동시가 이날 어류가 떼죽음 당한 지점에서 실시한 용존산소량(DO)은 10ppm으로 조사됐다. 이는 3급수에서도 비교적 잘사는 붕어, 잉어의 최저 용존산소량인 5ppm을 넘는 수치다. 그러나 전날부터 물고기 수백 마리가 죽은 채 떠올랐다는 목격자들의 말을 감안하면 전날 용존산소량이 물고기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낮았거나 또는 중금속 등의 오염물질이 장맛비에 휩쓸려 호수 안으로 유입되면서 떼죽음을 유발했을 가능성도 있다.시는 정확한 폐사 원인 파악을 위해 죽은 물고기 10여 마리와 물 2통을 수거해 이날 국립환경과학원 등에 발송했다.앞서 지난 5월에는 인근에서 매일 10여 마리의 왜가리가 죽은 채 발견됐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왜가리 사체 3마리의 시료(간)를 분석한 결과 1마리에서 중금속인 카드뮴(Cd)이 0.141㎎/㎏ 검출됐다. 코발트는 0~0.129㎎/㎏, 구리 22~257㎎/㎏, 망간 8.62~13.30㎎/㎏, 셀레늄 3.59~12.75㎎/㎏, 스트론튬0~0.242㎎/㎏, 아연 189~288㎎/㎏이 각각 나왔다.중금속이 어느 정도 검출돼야 조류 폐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연구자료는 아직 없는 실정이다. 환경단체와 안동시의원들은 이같은 조류 및 어류의 잇따른 폐사 원인으로 이곳에서 70㎞ 상류에 있는 봉화의 석포제련소를 지목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은 그동안 시행됐던 각종 조사 등을 근거로 제시한다. 지난해 6월 와타나베 이즈미 일본 동경농공대 교수가 석포제련소부터 안동댐에 이르는 구간에서 퇴적물 및 폐사한 물고기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오염실태 조사에서도 카드뮴, 비소, 셀렌, 납, 아연, 망간 등의 고농도 오염이 관측됐다. 당시 와타나베 교수는 “집단폐사한 민물고기에서도 카드뮴, 셀렌, 망간 같은 중금속이 고농도로 검출됐다”며 “안동댐 주변은 매우 심각한 중금속 오염이 진행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결론지었다. 환경부도 지난해 12월 “2016년도 국정감사 때 석포제련소 하류 물고기 체내 중금속 수치가 높게 나타났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해당 수계에서 어획·양식되는 담수 어·패류의 채취·어획 잠정제한 및 안전성 조사를 강화할 것을 경북도에 지시했다.경북도는 지난 3월 안동시와 봉화군에 “석포제련소 관련수역 및 하류에서 생산되는 중금속 검출 우려 물고기를 재료로 사용하는 식당들에게도 식재료로 사용되지 않도록 생산단계 수산물 안전성 홍보와 관리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하달했다.즉, 환경부도 석포제련소에서 안동호에 이르는 구간에 서식 중인 물고기의 중금속 오염이 심각하다는 점을 인정한 것으로 비춰진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이곳에서 포획한 물고기를 식용으로 사용하지 말 것을 지시한 것이다. 이태규 낙동강환경사랑보존회장은 “봉화 석포제련소에서 흘러나온 중금속이 갯벌 속에 묻혀 있다가 빗물에 씻겨 호수로 유입되면서 물고기가 떼죽음 당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대책마련을 촉구했다.이재갑 안동시의원은 “매년 장마철만 되면 물고기 떼죽음이 반복된다. 그런데도 경상북도나 안동시 누구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중금속 오염의 주범인 석포제련소를 당장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석포제련소는 물고기 떼죽음 사태와 관련된 입장을 듣기 위해 관계자와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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