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항생제 내성률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감염병 치료에 사용되는 일부 항생제는 사실상 효능을 상실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질병관리본부는 국내 항생제 내성에 대비하기 위해 세계보건기구(WHO)와 이같은 내용을 공유했다고 5일 밝혔다. 항생제 내성은 세균 등이 항생제에 저항하는 능력이 생겨 감염병 치료가 어려워진 상태를 말한다. 유엔과 WHO는 보건안보의 위협 요소로 항생제 내성을 꼽고 있다. 실제 미국의 경우 항생제 내성균으로 연간 200만명이 감염되고 2만3000명이 사망하는 실정이다. 지난해 영국 보건당국은 2050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연간 1000만명이 사망할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특히 우리나라 항생제 처방률은 31.7%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23.7%) 대비 8.0%p 높다는 점에서 오남용이 심각한 국가로 꼽힌다. 이에 보건당국은 지난해 5월 WHO가 추진하고 있는 국제 항생제 내성 감시체계인 GLASS(Global Antimicrobial Resistance Surveillance System)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GLASS는 지난 2015년 WHO가 구성한 감시체계로 국제적으로 표준화된 항생제 내성 자료를 수집·분석·공유해 국가 간 비교 가능한 항생제 내성 통계를 산출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를 활용해 항생제 내성에 대응하는 해법을 찾겠다는 목적이다.보건당국은 GLASS 요건에 맞춰 지난해 5월부터 올해 4월까지 1년간 6개 권역(서울·경기·강원·충북·전남·부산)의 종합병원을 감시기관으로 지정해 환자로부터 분리된 8종 병원체에 대한 항생제감수성 검사와 내성유전자 특성 조사, 실험실감시 등을 수행했다.감시 대상 병원체는 대장균, 폐렴막대균, 아시네토박터균, 황색포도알균, 폐렴알균, 살모넬라균, 세균성이질균, 임균 등이다. 검사 결과 국내 주요 병원체의 항생제 내성률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혈액분리 대장균 중 병원감염의 82.2%와 지역사회감염의 61.5%가 항생제 페니실린계의 암피실린(ampicillin)에 내성을 보였다. 암피실린 약제가 감염의 치료제로서 효능을 상실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이전 항생제로 치료가 불가능할 경우 사용되는 제3세대 세팔로스포린(cepha losporin) 항생제인 세프타지딤(ceftazidime)과 세포탁심(cefotaxime)에 대해서도 대장균 중 병원감염의 각각 20.5%, 55.8%가, 지역사회감염의 각각 9%, 29.5%가 내성이었다. 황색포도알균의 경우 병원감염의 69.4%, 지역사회감염의 37.5%가 항생제인 세폭시틴(cefoxitin)에 내성이었고, 폐렴막대균의 세포탁심과 세프타지짐 내성률은 병원감염이 48.2%와 40.5%, 지역사회감염이 18.6%와 13.1%이었다. 아시네토박터균 중 병원감염의 80.1%와 지역사회감염의 33.3%가 항생제인 메로페넴(meropenem)과 이미페넴(imipenem) 모두 내성을 보였다. 살모넬라균은 플로로퀴놀론(fluoroqui nolone) 계열의 시프로플록사신(ciprofloxa cin)에 모두 감수성을 보이는 수준이었다. 폐렴알균은 페니실린계 항생제에 모두 감수성을 보였고, 세균성이질균과 임균은 본 감시 기간 동안 수집되지 않았다.이 같은 내용은 일본 등 아시아권 GLASS 참여 5개국의 감시 결과를 포함해 오는 6~7일 진행되는 제20차 대한임상미생물학회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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