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한미 정상회담이 끝난 지 불과 사흘 만이다. 북한은 특별중대보도를 통해 이날 오전 평안북도 방현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 14형’이 최대고도 2802㎞까지 상승해 39분간 비행한 후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낙하헸디고 추정했다. 북한은 이 미사일이 ICBM 급인 ‘화성-14형’이며 김정은이 참관하는 가운데 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그간 미국은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하거나 ICBM 시험발사를 할 경우 선제타격을 비롯한 모든 옵션을 검토할 것이라고 여러 차례 밝힌바 있다. 따라서 군사적 긴장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사일 발사 직후, 당장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이 이것을 더 견뎌야 한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중국이 북한을 더 압박해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끝내야 한다”며 대북제재 강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도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유엔 안보리 차원의 조치 및 국제사회의 단호한 대응이 이뤄지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4일은 시기적으로 미묘하다. 문 대통령이 방미 일정을 마친 후 이틀 만에, 다시 독일로 주요국과의 정상회담을 앞둔 하루 전에 미사일 도발을 강행했다. 문 대통령 취임 후 거의 일주일 간격으로 미사일 도발을 이어온 북한은 최근 문 대통령 방미 기간을 전후해선 도발을 멈췄었다. 하지만 한미정상회담이 끝난 직후 재차 도발을 재개했다. 이날은 미국 독립기념일로, 이날에 맞춰 미사일을 발사해 한미공조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결과적으로 ‘대화 해결’에 방점을 둔 문 대통령의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구축 방안에 북한이 대놓고 대화 전제조건부터 거부하는 모양새가 됐다. 북한의 계속된 도발로 인해 이번 정상회담에서 확인받은 ‘한반도 문제의 한국 주도’ 원칙까지 흔들릴 수 있다. 현 정부의 대북정책이 북한의 도발을 막는 데 실효성이 없다는 점이 분명해진 것이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앞선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관련, “새 정부에 대한 반응이기보단 미국과 협상 국면으로 가겠다는 성격이 크다”고 분석을 내놨다. 한반도 문제를 한국 주도로 풀어 보려고 하는 우리 정부에 ICBM 도발로 응수하는 북한이다. 언젠가는 대화가 필요하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남북대화에 조급증을 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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