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나는/ 뉴턴의 사과처럼/ 사정없이 그녀에게로 굴러 떨어졌다/ 쿵 소리를 내며 쿵쿵 소리를 내며/ 심장이/ 하늘에서 땅까지 아찔한/ 진자 운동을 계속했다/ 첫 사랑이었다.’김신(공유)이 지은탁(김고은)을 향한 마음을 대변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김인육 시인 ‘사랑의 물리학’은 김용택 시인의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라는 필사 책에 있는 시다.서점가에 올 1월 종영한 tvN 드라마 ‘도깨비’에서 등장한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로 불거진 필사 책 열풍이 계속 되고 있다.출판사 북에다(BookEdda) 측은 “지난해 출간했던 ‘윤동주를 쓰다’, ‘초등학생 윤동주를 쓰다’ 필사 시집이 독자들 성원에 힘입어 증쇄를 결정했다”며 “수익금 일부를 위안부 할머니들을 지원하는 ‘나눔의 집’에 기부했다”고 전했다.문학과지성사는 문학과지성사 시인선 통권 500호 돌파를 기념해 기념 시집 ‘내가 그대를 불렀기 때문에’를 지난달 출간하고, 사은품으로 ‘그대가 있다’ 필사 노트를 마련했다.이근혜 문학과지성사 편집장은 “시를 읽는 문화가 독자 참여형 형태로 자리를 잡았다”며 “본인이 직접 좋아하는 시구를 따서 옮겨적고 필사 노트에 소장한다는 측면이 독자들에게 좋은 기대와 반응을 얻고 있다보니 여러 출판사에서 책을 만들 때 꾸준하게 필사 책이든 필사 노트든 사은품을 주는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그러면서 “보통 작가들이 등단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뜻을 두고 있는 작가들의 소설을 필사하면서 습작 시기를 거친다”며 “그러다보니 소설 형태의 필사책은 많지 않고, 주로 시나 아포리즘·산문 등이 인용되고 있다”고 했다.양진영 교보문고 브랜드관리팀 차장은 “디지털 환경이 더 발달하면서 아날로그적인 소통이 오히려 인기를 얻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책에 나온 내용을 필사해서 SNS에 올리는 일도 유행처럼 번지고 있고, 예쁜 글씨를 쓰기 위해 관련 책이나 문구류도 판매가 늘고 있다. 집중력과 사고력을 향상시키고 기억력을 키우는 등 실제 필사의 효과도 여러 연구결 과를 통해 알려지고 있는 상황이라 앞으로 기술발달이 늘면 늘수록 오히려 이런 활동들이 주목을 받지 않을까 싶다.”예스24에 따르면 시집은 최근 한 달간(7월1~30일) 전년 동기 대비 21.5% 증가했다. 연령대로는 40대(27.9%), 30대(26.5%) 비중이 높았다.김도훈 예스24 문학 MD는 “복잡한 세상 속에서 좋은 글귀를 따라쓰며 스스로를 위안, 격려하려는 현대인들이 많아지면서 ‘필사’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기 시작했다”며 “짧지만 함축적인 의미로 귀감을 주는 시를 따라 쓰려는 독자들에게 필사 책이 특히 각광받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