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에 무지막지한 발언에 기가 질린다. 살충제계란 파문이 불거진 지 일주일 만인 지난 21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첫 위해평가 결과 발표를 통해 피프로닐에 오염된 달걀은 하루 2.6개, 에톡사졸은 무려 4000개나 먹어도 건강을 해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살충제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적다는 의미다. 살충제 달걀에 혼 줄이 나서 정신이 혼미해진 것인지, 너무나 간 큰 발표에 소름이 돋는다. 이런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다룬 식품이나 의약품을 믿고 마시고 먹어도 괜찮을까.당장 대한의사협회가 반발하고 나섰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22일 “식약처 발표대로 살충제계란이 인체에 심각한 유해를 가할 정도로 독성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안심하고 섭취해도 될 상황은 아니다”고 밝혔다. 의협은 살충제계란을 섭취했을 때 급성독성 발생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면서도 만성 독성에 대해서는 정부가 더욱 철저히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홍윤철 서울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과 교수는 “‘살충제 계란을 연령대별로 몇 개 이하로 먹어도 괜찮다’는 식의 식약처 발표는 오히려 국민을 혼란스럽게 할 수 있는 만큼 표현상 문제가 있다”며 “동물실험에서 나온 결과는 참고사항으로만 간주해야 지, 인간에게 바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온건한 표현이지만 실상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무지를 맹박한 것이다.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피프로닐을 과다 섭취하면 어지럼증·구토·복통·두통·현기증 등 독성물질오염 증상이 나타나고, 심할 경우 신장 등 인체 내부 장기가 손상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급성독성은 기존 연구를 참고했을 때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지만, 만성독성은 아직 동물실험 외 공신력 있는 연구결과가 없는 만큼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평가를 진행한 식품당국과 전문가들의 호언장담에도 정부가 또다시 부적합 판정을 받은 농가 52곳 중 7개 농장의 난각 코드를 잘못 발표한 데다 수십만개의 오염된 달걀이 빵, 훈제계란 등 가공식품에 쓰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국민 불안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 살충제 달걀 451만개를 압류하고 농가로 반품된 243만개를 폐기했으나 이미 35만개는 빵, 훈제계란 등 형태로 가공돼 유통·소진된 것으로 나타나 국민 불안과 불신은 여전한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정부는 하다못해 말실수라도 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