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계란’에 이어 ‘독성 생리대’와 ‘간염 소시지’ 파동이 심각하다. 문제가 된 생리대 사용자의 66%가 생리주기 변화를 겪었다는 여성환경연대의 사례분석 결과까지 나온 상태다. 생리대에 독성물질이 들어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소비자들이 분노하고 있다. 소비자의 불안감은 제조사 환불 조치와 식약처 품질검사만으로 수그러들 기세가 아니다. 깨끗한나라의 릴리안 생리대 부작용 논란은 집단소송 준비 등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번질 우려가 있는데도 당국의 대응은 뒷북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1일부터 릴리안 생리대를 수거해 품질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논란이 된 휘발성유기화합물의 유해성 검사는 빠진 것이 말썽이 됐다. 아직 국내에 관리 기준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진행 중인 관련 연구가 끝나는 내년 이후에나 유해 판단이 가능하다고 한다. 핵심이 빠진 눈 가리고 아웅 식 재검사 결과를 소비자들이 얼마나 납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젠 식품의약품안전처 자체를 신뢰하기 어렵게 됐다.생리대의 휘발성 유기화합물도 시민단체가 미리 위험성을 경고한 것이다. 여성환경연대는 지난 3월 국내 생리대 10종에서 유해물질 22종이 검출됐고, 이 중에 휘발성유기화합물도 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도 식약처는 손을 놓고 있었다. 네티즌들의 문제 제기로 논란이 확산되자 어제 부랴부랴 생리대 제조업체 5곳을 방문해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생리대의 유해성은 모든 여성의 건강과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다. 영국에서 판매한 네덜란드, 독일산 돼지로 만든 소시지와 햄 섭취를 통해 E형 간염 바이러스가 전파됐다는 외신도 강 건너 불이 아니다. E형 간염은 대부분 가볍게 앓고 지나가지만 간 손상과 간부전, 신경손상을 일으키고 심하면 사망할 수 있다. 그런데도 식약처는 첫날 사태 파악조차 하지 않았다가 뒤늦게 감염 우려가 제기된 유럽산 비가열 햄·소시지 제품을 수거해 검사하고, 유통과 판매를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했다.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제품에 담긴 화학물질은 1만8770종이다. 이 가운데 연간 1톤 이상 제조하거나 수입해 쓰는 물질만도 6574종이다. 그런데 이 화학물질들 가운데 독성을 포함해 위해성 여부를 파악하고 있는 물질은 15%에 불과하다니 말이 되는가. 유해화학물질 관리 체계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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