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군 소멸지수 전국 1위  “한마디로 악순환입니다. 인구가 감소하니 유아점, 음식점 등 상점이 크게 줄었어요. 주민이 적어 판매되는 상품의 양이 적으니 상점은 버티질 못하고 폐업합니다. 손님들은 상점과 상품이 적으니 선택폭이 넓은 대도시로 나가지요. 그러니 지역경제는 또 다시 어려워지고…” 김주수 의성군수는 주민감소에 따른 악순환을 이렇게 표현했다. 30년 전만 해도 면 소재지인 의성군 안계면에도 영화관이 2개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읍내는 물론 군 전체에 단 한 곳도 없다. 주민들은 영화 관람을 위해 30분 내지 1시간 거리에 있는 인근 안동시나 대구시로 나간다. 1965년 의성 인구는 21만명을 웃돌았다. 10년 뒤인 △1975년 17만명 △1985년 12만명 △1995년 8만6000명 △2005년 6만4000명 지금은 5만3000여명 선까지 주저앉았다. 65세 이상 노령인구는 2000년대 중반 이후 급격히 증가했다. 현재는 36.8%까지 치솟으면서 초고령화 시대로 진입했다. 반면 중장년층 인구(20~40세)는 2000년대 초까지 2만명 이상이었지만 지금은 8000명 수준으로 급감했다. 출생아도 2000년대 중반에 비해 반토막났다. 최근에도 전체인구는 매년 전년 대비 1.34%, 생산가능 인구(15~64세)는 1.93%, 가임기 여성(20~39세)은 1.5%씩 줄고 있다. 65세 고령인구는 매년 1.14%씩 늘고 있다. 이런 속도라면 대략 30년 후에는 자치단체로서의 기능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인구가 감소할지도 모른다. ▣30년 후 의성·군위 자치단체 기능 상실… 비안면의 이두초등학교는 올해 신입생이 한 명도 없다. 점곡·춘산·단밀초 등 3개 학교는 신입생이 2명이다.지난해 부임한 남교희 의성교육지원청 교육장도 인구소멸을 실감하고 있다. 지난해는 비안·단밀·안평중 등 3개 중학교가 경북중부중학교로 통합됐다. 당시 이들 3개교 학생은 총 38명에 불과했다.1970년대까지만 해도 의성군 각 면에는 초등학교가 2~3개씩 있었다. 지금은 초등학교가 없는 면이 2개다. 한때 초등학교 2개에 학생 수가 1300여명에 달하던 신평면은 전교생이 5명인 신평분교 하나만 남았다. 전교생이 17명인 점곡초는 6학년 5명이 내년 2월 졸업하면 내년에는 신입생이 없어 12명으로 학교를 꾸려나가야 한다.  이 같은 현상은 소멸지수 3위인 군위군도 별반 다를 게 없다. 군위 송원초와 효령초의 올해 신입생은 단 1명도 없다. 우보초도 불과 2명이다. 지난 3월 우보중은 분교로 격하되고, 의흥고는 폐교됐다. 지난해 말 기준 군위군 전체인구 2만4171명 중 20~39세 여성은 1566명인데 비해 65세 고령자는 8670명으로 소멸위험지수가 0.18이다. 소멸위험지수란 20~39세 여성인구 수를 65세 이상 고령인구 수로 나눈 수치다. 1.0이면 현상유지, 1.0 미만이면 쇠퇴 위험에 진입, 0.5 미만이면 인구유출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30년 후 현재 인구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함을 의미한다. 0.2 미만이면 소멸위험이 매우 높은 고위험지역이다.  ‘소멸위험지수’라는 개념은 이상호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이 2014년 일본 창성회의 좌장 마스다 히로야가 저술한 ‘지방소멸’(일명 마스다 보고서)을 참작해 만들었다. 연구 결과 지난해 6월 기준 우리나라는 소멸위험지수가 처음으로 1.0 미만으로 하락했다. 전남이 0.502로 1위, 경북 2위(0.617), 강원도가 3위(0.643)로 나타났다.  ▣경북 소멸지수 사실상 ‘전국 1위’ 사실상 경북의 소멸위험지수가 전남보다 더 심하다.단지 구미, 포항 등 대규모 산업지역이 있는 경북은 연구방법론상 10개 오류 때문에 전남보다 덜한 것처럼 보일 뿐이다. 전남은 아주 오래전부터 경제가 쇠퇴하면서 바닥을 한 번 친 후 반등하고 있는 시점이지만 경북은 앞으로 갈수록 심해진다.이상호 연구위원에 따르면 전국 228개 기초자치단체 중 소멸지수는 의성 1위, 군위 3위, 영양 6위, 청송 8위, 영덕 10위, 봉화 11위, 청도 12위, 예천 19위 등 경북지역 지자체 8개가 19위 안에 자리한다. 읍·면·동별로 보더라도 의성은 18개 읍·면 중 신평·안사·사곡면 등 3개 면이 각각 소멸지수 1·2·12위를 차지한다. 경북은 의성 이외에도 군위 산성면(3위)과 고로면(6위), 영덕 창수면(11위), 상주 은척면(14위), 영덕 지품면(15위), 울진 원남면(18위) 등 9개 면이 상위 18위 안에 포함됐다. 이들 지역의 특징은 신생아는 적은 반면 노령인구 비율이 매우 높다. 황항기 의성군 신평면장은 “제가 어릴 때만 해도 식구가 많다보니 마을 곳곳의 골짜기 다랑이 논까지 모두 벼를 심었다”고 강조했다. 이제는 대부분 노인들만 있다 보니 골짜기 논은 야산으로 변했다. 논 면적도 당시보다 50% 가량 줄었다. 한때 학생수가 250여명에 달하던 신평중학교는 2007년 폐교된 뒤 지금은 참깨와 고추, 콩, 고구마 넝쿨이 무성한 밭으로 변했다.소멸지수 전국 1위인 신평면의 65세 이상 노인 비율은 54%를 넘어섰다. 지난 10년간 신평면 관내 11개 리에서 태어난 아이는 총 20명이다. 한 해 평균 2명 꼴이다. 교안리는 올해 초 10년 만에 처음으로 신생아가 태어났다. 중율1리, 청운2리, 교안4리는 지난 10년 동안 아직도 신생아가 한 명도 없다.이상호 연구위원은 “의성이나 군위는 소멸지수가 0.2도 안된다. 이는 30년 후면 현재 인구의 20% 수준 이하로 감소한다는 의미”라며 “주민 한 두명 남아 있다고 공동체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들 지역의 저출산 고령화는 심각한 사실이라”고 소멸위험성을 경고했다 ▣의성군 10년간 젊은 여성인구 49% 순유출 경북에서 지난 10년간 감소된 젊은여성 인구는 대부분 자연감소가 아닌 타 지역 유출이다.소멸위험지수가 가장 높은 의성군은 지난 10년간 젊은여성 인구가 49% 순유출됐다. 이상호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고령화된 사회에서는 출산율보다 젊은 여성 인구의 유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10년간 의성 뿐만 아니라 군위와 예천, 봉화, 영양, 청송도 젊은 여성 인구가 30~40% 순유출됐다. 교통 여건이 좋아지면서 가까운 인근 도시에서 출퇴근하는 직장인이 크게 늘어난 것도 지역쇠퇴 가속화의 한 요인이다. 그래서인지 정주여건만 좋아진다고 젊은층이 유입될 것이라는데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자녀교육을 이유로 안동이나 구미, 대구에서 출퇴근하는 직장인이 많다. 그곳에서 자녀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성장하면 그때서야 고향을 찾는 사람도 있지만 오히려 나이들면 병원과 교통이 편리한 도시로 옮겨 사는 사람들도 많다.해를 거듭날 수록 농촌은 성장동력이 떨어지고 고령화는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변화원 의성군 기획실장은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고령화 및 지역쇠퇴는 불가피한 구조라고 역설했다. 젊은 여성을 비롯해 경제활동인구 감소는 소비위축과 지역경기 침체로 이어진다. 출산율 저하에 따른 학생수 감소는 폐교와 학원 폐업 등 교육수준 저하로 이어지면서 또다시 젊은층이 농촌을 떠나는 ‘악순환’의 연결고리다. 고령화는 노인복지비 등 남은 젊은이들이 짊어져야할 부담의 증가 요인이다. 실제 의성군이 최근 3년간 65세 이상 노인에게 지급한 노령연금은 1005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경로당 지원비 58억원, 노인일자리 창출 68억원, 노인대학 운영비 2억7000여 만원, 노인목욕권  1억9000여 만원이 투입됐다. 연평균 379억원 꼴이다. 이는 재정자립도가 6.7%에 불과한 의성군이 지난해 거둬들인 지방세 340억원보다 많다. 때로는 농촌현실을 감안하지 않는 국책사업이나 법규가 농촌지역 회생 노력에 찬물을 끼얹기도 한다.김주수 의성군수는 “농업기술원을 의성으로 유치하기 위해 혼신을 다했지만 인력 수급성과 접근성 때문에 실패했다”며 “이렇게 되면 농촌지역은 죽었다가 깨어나도 국가시설을 유치할 수 없다. 정책적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인구소멸 극복은 어려운 문제”라고 지적했다. ▣농촌현실 무시한 법규 출산정책 역행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있는 환경조성을 위해 의성군은 자치단체에서 지원이 가능한 산후조리원 설치를 검토했다. 그러나 1시간 거리에 산후조리원이 있으면 개설을 허가하지 못한다는 모자보건법 규정에 제동이 걸렸다. 의성은 안동과 30분대 거리에 있어 산후조리원 설치가 불가능하다. 군위도 대구와 1시간 내 거리라 사정은 마찬가지다. 의성군은 최근 의성읍 등 9개 지구에 종합문화센터 건립, 단밀면 만경촌 도농교류센터 조성, 8개 지구에 생태경관 조성 등 정주여건을 개선했다. 중장기적으로 풍력발전단지·태양광발전단지·플라즈마 발전소 유치, 세포배양 이노베이션 허브센터 구축 등을 통해 젊은층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복안이다. 출산장려 정책도 활발하다. 첫째아이가 태어나면 50만원, 둘째 100만원, 셋째 1500만원, 넷째 출산시 1800만원을 지급한다. 5세 미만 어린이를 위한 오감놀이방, 9세 이하 아동을 위한 키즈카페 등도 운영하고 있다. 지난달 초에는 기획실에 ‘지역인구정책계’를 신설해 인구증가 정책을 전담하도록 했다.이 같은 노력으로 의성군은 지난해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가 추진한 ‘저출산 극복 뉴-베이비붐 선도 지자체 공모’에서 경북에서는 유일하게 선정되는 성과를 거뒀다. 최근 5년간 의성에 귀농·귀촌한 사람은 2589명으로 경북 1위(전국 4위)다. 하지만 지자체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많다. 직장인 김모(44·여·의성읍)씨는 “출산축하금을 많이 준다고 아이를 낳겠느냐. 아이를 낳아서 키울 수 있는 환경이 안되면 결국 어느 순간 인근 대도시로 빠져 나갈 수밖에 없다”며 증액 추세인 출산축하금이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라고 강변했다. 주민 최모(63·의성읍)씨는 “귀농·귀촌한 사람들이 적응을 하지 못해 현지 주민들과 갈등을 겪는 일도 많다”며 퇴직자 위주의 귀농귀촌의 한계를 지적했다. 최근에는 대구통합공항 유치 문제가 의성·군위의 인구소멸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 부상했다. ▣대구통합공항 유치에 사활건 의성·군위 소멸지수 1위 의성군과 3위 군위군의 공항 유치전은 그래서 더욱 치열하다. 각각 공항유치추진단을 만들어 주민설득 작업을 벌이고 있다. 예비후보지는 현재 의성 비안면·군위 소보면 공동지역과 군위 우보면 단독지역으로 압축된 상태이다.    “군위군 면적은 서울보다 900㏊가 더 넓은데 인구는 고작 2만4000명입니다. 획기적인 대안이 없다면 군위군도 수십 년 후 소멸된다.지역민들은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젊은이들이 여기서 자식을 낳아 길러도 된다는 희망적인 미래를 제시해줘야 합니다. 그래서 선택한 최선책이 공항유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김영만 군위군수는 K2·대구통합공항 유치만이 인구소멸을 막을 수 있는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통합신공항이 유치될 경우 막대한 이전자금이 들어오고, 추후 군위가 대구 후적지로 개발되면 최소한 10년, 길면 20년 내에 30~40조원이 군위지역에서 회전될 것이라는 계산이다. 인구유입 효과는 1만여명으로 추산했다. 소음공해가 있는 지역은 공업지구 또는 상업지구로 용도변경하고, 비행기 정비창 등을 유치하면 생산성은 배가 될 것으로 확신했다. 의성·군위군이 대구통합공항 유치에 사활건 진검승부를 내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공항유치를 반대하는 주민들이 김 군수를 ‘주민소환’ 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해 절차가 한창 진행 중이다. 빠르면 오는 11일 김 군수를 주민소환하기 위한 주민투표 실시 여부가 결정된다. 대부분 지역소멸 해소 방안으로 젊은층 유입을 위한 기업유치를 먼저 거론한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농촌지역을 선호하는 기업이 적어 한계가 있다는 시각도 만만찮다. 농촌지역에 기업유치를 위해서는 토지무상 제공, 법인세 대폭 인하 등 대도시 인근 지역보다 파격적인 특혜 부여가 필요하지만 사실상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농촌지역에 농공단지를 많이 만들었지만 실패도 많았다. 땅값 문제를 비롯해 교통여건, 구인난 때문이다.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당연히 기업유치도 필요하지만 농업의 6차산업이 중요하다. 연수입이 억대인 농민들 중 상당수는 시설원예나 스마트농법이 가능한 고학력의 젊은이들이다.충분히 고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 확신과 여건만 마련되면 자연스럽게 젊은층이 유입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우병윤 경북도 경제부지사는 인구절벽 해소 카드로 6차 산업을 제시했다. 6차 산업이란 1차 산업인 농림수산업, 2차 산업의 제조가공업, 3차 산업의 서비스업이 복합된 산업을 말한다. 단순히 생산만 하던 농촌에서 부가가치가 높은 농산품 가공은 물론 인터넷 등을 이용한 판매 마켓팅까지 함께하는 산업이다. 고령의 노인들이 선뜻 나설 수 없는 분야이기도 하다.  인구절벽 문제를 더 이상 해당 지자체에만 맡겨 둘 수 없다는 목소리도 높다.이성로 안동대 행정학과 교수는 “인구소멸에 대해 지자체가 할 수 있는 있는 별로 없다”며 “중앙정부가 국토균형발전차원에서 과감한 정책을 시행해야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강력한 수도권 규제를 비롯해 국회 이전 등 근본적인 수도권 이전이 필요하다. 그런 것이 없는 땜방식 처방은 ‘언발에 오줌누기’와 다를 바 없다”며 “지방분권에 대한 정치철학, 교육철학이 있어야 인구소멸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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