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넘게 시장에 나와 장사를 하고 있지만 요즘처럼 손님이 없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았어요” 민족 대명절 추석(10월 4일) 연휴를 보름 앞둔 14일 오후 대구 서문시장에서 만난 상인 윤모(67·여)씨는 파리채로 날아드는 벌레를 쫓으며 이같이 말했다. 과거 명절을 앞두고 손님들로 북적이던 대구지역 대표 재래시장인 이곳에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지난해 대비 물가가 오른 데다 살충제 달걀 파동 등으로 먹거리에 대한 불신마저 커졌기 때문이다. 시금치가 시들고 나물이 말라가자 상인들은 연신 시금치를 봉투로 단단히 여미고 콩나물과 두부에는 물을 뿌렸다. 이불가게와 아동복 등을 파는 점포들은 손님이 없어 개점휴업 상태다. 시장에서 나물을 파는 최대일(52)씨는 “설 대목보다 매출이 30% 이상 줄었다”며 “옛날엔 명절이 다가오면 바빠서 앉아있을 시간도 없었는데 지금은 시장이 너무 한산하다”고 했다. 이날 한국물가협회 등이 추석 차례 용품의 가격 조사를 벌인 결과 대파 한 단은 지난해 보다 31.1%나 오른 3330원에 거래됐고 애호박(400g)은 지난해보다 28.9%가량 올랐다.국산 식자재보다 저렴하게 거래되는 수입 먹거리 가격도 지난해보다 대폭 상승했다. 축산물 중 닭 날개 가격은 45.8% 올랐고 삼겹살과 소갈비 가격도 각각 26.8%와 20.3%가량 증가했다. 수산물은 조기와 대게가 지난해보다 2배가량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물가가 이처럼 오르자 소비자들의 소비심리도 꽁꽁 얼어붙었다. 시장을 찾은 주부들은 제수 음식을 조금이라도 더 싸게 구매하기 위해 상인들에게 에누리를 시도하는 모양새다.주부 김순영(44·여·서구 내당동)씨는 “채소 가격이 너무 오른 것 같아 올해는 차례상 차림을 간소화하기로 했다”고 했다. 김영오 대구시 상인연합회장은 “최근 채소 가격이 대폭 오르면서 재래시장 물가도 오르는 경향을 보인다”며 “온누리 상품권을 할인가에 구매하거나 적정 수준의 가격 흥정을 통해 정가보다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으니 많이 이용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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