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문시장 상인들이 대형마트 입점에 따른 매출 하락과 재개발 정비구역 지정에 따른 시설 노후화로 신음하고 있다. 9일 오전 대구 중구 남산동의 남문시장. 작은 간판을 붙인 소규모 점포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오래된 골목과 가게는 하나같이 낡고 거리는 한산했다. 두세 집에 한 집꼴로 셔터가 닫혀 있었고 장사를 하는 집도 손님을 찾기 어려웠다.특히 남문아파트 1·2지구 1층에 위치한 수십 개의 점포는 문을 닫은 지 오래돼 케케묵은 먼지 냄새가 났다.조금 더 깊숙이 들어가 보니 상태는 더 심각했다. 다닥다닥 붙은 점포들이 모두 문을 닫았고 복도는 모두 불이 꺼져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시장에는 220개의 점포가 있지만 현재 영업 중인 곳은 120여 개다. 여성복을 파는 한 상인은 장사수완에 대해 “딱 죽을 맛”이라며 “하루에 손님이 한 명도 없는 게 말이 되냐. 옆집도 모두 문을 닫고···혹시나 해 매일 나오긴 하지만 울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직선거리로 70m가량 떨어진 곳에 부산·경남 대표 유통업체인 서원유통이 만든 탑마트가 문을 열어 매출이 반 이상 줄었다는 게 상인들의 설명이다.상인들 사이에서도 탑마트 입점을 무조건적으로 반대하는 의견과 상생협약서를 체결해 하루빨리 실질적인 도움을 받자는 의견으로 나뉘고 있다.2대째 슈퍼를 운영 중인 오태현(65)씨는 “하루 5만원은 벌어야 하는데 3만원 밖에 못 번다”며 “주변에 또 다른 거대 신식 시장이 생긴 거나 다름없다. 사람들이 깨끗하고 새로운 곳을 가려 하지 오래된 곳을 찾겠냐”고 반문했다. 채소 노점을 운영하는 70대 여성은 “새벽부터 시장에 나와 수십 년 넘게 이 자리에서 장사를 했는데 앞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실제로 남문시장은 주변 시장보다 시설이 낡았는데 가장 큰 원인은 지지부진한 재개발이다. 2007년 5월3일 정비사업구역지정을 시작으로 재개발이 추진됐지만 수차례 무산됐다. 잘게 쪼개진 토지 건물주들의 이해관계 조율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전통시장 환경개선사업도 쉽지 않다. 비가림막 등을 설치하면 5년 동안 시설을 유지해야 하지만 재개발 구역으로 묶여 있기 때문에 건물주는 보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중구청 관계자는 “탑마트 입점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어 입점취소는 어렵다”면서 “상생 협약서를 체결할 수 있도록 조율하는 한편 시설 노후화와 관련해선 시장 측에서 요청하면 언제든 방안을 마련해 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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