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오전 대구 북구 노원동 3산업단지.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산업단지 내 곳곳에는 ‘공장매매’, ‘임대 가능’이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빼곡히 걸려 있다. 이곳에서 만난 금형제조 업체 대표 정모(54)씨는 “불황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내년에 최저임금마저 인상되면 어쩔 수 없이 구조조정을 해야 할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은행에서 운영자금으로 빌린 대출금을 갚지 못하고 회사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곳도 많다”고 덧붙였다. 장기화한 불황과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대구지역 산업단지 곳곳이 텅 빈 상태로 남아있다. 이날 대구 제3산업단지 관리공단 등에 따르면 지난해 2500여곳이던 산단 내 입주 기업체 수는 올해 20여곳 이상 줄었다. 대구 염색산업단지도 지난해까지 5850여 명의 근로자가 일해 왔지만 최근 구조조정 등으로 10~20% 가량 인력이 줄었다. 3공단 관리공단 관계자는 “현재까지 두드러진 감소세는 보이진 않지만 내년 최저임금(7530원)이 적용되면 기업체들의 인원 감축 등이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공장 임대료도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까지 3.3㎡ 당 월 4만원이던 3공단 내 임대료는 1만원 이상 내려앉았다.  대구에서 12년 가량 부동산 중개업을 해온 여모(54)씨는 “공장 임대료가 줄어든 것도 문제지만 거래량 자체가 급락했다”며 “임금 상승 등의 문제로 공장 가동을 아예 중단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이에 대구지역 산업단지 내 업주들은 공장매매나 인원 감축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3공단에서 자동차 부품업체를 운영하는 박모(60)씨는 “내년부터는 인건비가 많이 올라 인원 감축을 검토하고 있다”며 “하지만 무작정 인원을 줄이기도 어려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산업단지관리공단 관계자는 “공장의 매매가나 임대료가 하락하는 것도 문제지만 매수자가 나오지 않아 사업을 청산하려는 기업들이 어려워지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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