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이 울면서 엄마를 찾았어요. 선생님들도 무서워서 울었습니다”16일 포항 흥해실내체육관에서 만난 지진 피해주민 배대윤(15)군은 지진이 나던 순간 학교에서 수업을 받고 있었다. 지진을 감지하기 직전 재난문자를 먼저 받은 배군이 ‘설마’라고 생각하던 찰나 곧바로 큰 진동이 교실을 흔들었다고 한다.배군은 “곧바로 운동장으로 대피를 한 뒤에 부모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4~5통 전화를 걸었는데 연락이 안 됐다. 신호가 안 가더라”라고 불안했던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배군이 다니는 흥해중학교는 무너진 벽돌이 튀어 교실 일부 창문이 깨지고 교실에 비치된 사물함이 밀리며 집기가 쏟아지는 등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단독주택인 배군의 집 담벼락에는 이번 지진으로 수직으로 금이 생겼다.지진 직후 일단 집으로 돌아갔던 배군은 밤새 여진이 찾아들자 불안한 마음에 이날 오전 10시께 대피소를 찾았다. 배군은 “트라우마가 심하다. 약간이라도 흔들리면 신경이 예민해져서 도저히 집에 못 가겠다”고 불안함을 호소했다.임시대피소로 지정된 체육관에는 배군처럼 집에 들어가기 무섭다며 두려움을 호소하는 피해 주민이 부지기수였다. 뿐만 아니라 걸어 다니며 느껴지는 작은 진동에도 몸을 떨며 놀라는 사람들이 종종 눈에 띄었다.심지어 피해등록 업무를 보고 있는 흥해읍사무소마저 지하로 이어지는 계단과 1층 벽면에 균열이 생기면서, 이를 목격한 피해 주민들은 한층 더 불안에 떠는 모습이었다. 읍사무소 직원들도 여진으로 인한 진동이 느껴질 때마다 “어머”, “아이구”라고 중얼거리며 불안감을 드러냈다.대피 주민들 중에는 본인이나 가족에게 지병이 있음에도 약조차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대피소를 찾은 이들도 있었다.흥해 약성리에 거주 중인 이영한(59)씨는 “아내가 중증 환자라 약을 먹는데 챙기지도 못했다”며 “물건이 하나 핑 날아오더니 10초 만에 모든 게 흔들렸다. 아예 집으로는 못 들어가겠다”고 했다.자신을 암환자라고 밝힌 흥해 남성리 주민 J(69·여)씨는 “간 쪽에 암이 재발해 병원을 왔다 갔다 하는 사람이다. 내일 모레 병원에 입원해야 하는데 집은 물로 차 있고 현관 앞에 금은 가 있고 참 답답하다”고 토로했다.지난해에도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을 한차례 겪었지만, 피해 주민들이 체감하는 지진의 강도는 이번 포항 지진이 훨씬 더 컸다.흥해 옥성리에 거주 중인 박지숙(47·여)씨는 “앞전 지진 때도 집에 있었는데 이번엔 ‘집이 내려앉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함을 느꼈다”며 “그땐 창틀이 흔들렸는데 이번엔 집안이 뒤틀린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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