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발생한 5.4 규모의 경북 포항지역 지진으로 일주일 연기된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별 탈 없이 마무리됐다. 지진이 일어난 포항의 12개 수능 시험장의 분위기는 유독 긴장감이 고조됐다. 혹시라도 시험 중에 여진이 발생할까 봐 걱정돼서다. 실제 포항지역은 전날 밤 10시15분 규모 2.0의 여진이 발생하기도 했다.23일 경북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0분부터 포항 수능 시험지구 12개 고사장에서 수험생 5509명이 응시한 가운데 시험이 일제히 시작됐다.  포항고, 포항 장성고, 대동고, 포항여고 등 4개 시험장에 배정된 수험생 2045명은 예정대로 포항 남구의 포항제철중, 오천고, 포항 포은중, 포항 이동중으로 고사장을 옮겨 시험에 들어갔다. 2교시 수학 영역을 치르는 오전 11시 35분께 포항시 북구 북쪽 9㎞ 지점에서 1.7 규모의 약한 지진이 발생하는 등 이날 총 4차례의 미세한 지진이 있었지만 2.0 이상의 여진은 발생하지 않았다. 다행히 이날 발생한 지진은 규모가 작아 수험생들에게는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하지만 진동을 느꼈다는 신고가 기상청에 접수되기도 했다. 이날까지 포항지진의 1.0이상 여진은 총 336회로 늘어났다. 경북수능상황본부는 미세한 규모 지진이어서 시험을 중단하지 않았다. 수능상황본부 관계자는 “시험을 치르는 데 아무 문제가 없고 놀란 학생도 없었다”고 밝혔다. 앞서 오전 10시57분께 포항시 남구 이동중학교에서는 고사장 내 조명이 깜빡이는 일이 발생했다. 한전 관계자는 “선로 설비 이상으로 순간적으로 전압이 떨어져 일어난 현상”이라고 밝혔다. 고사장 내 수험생은 정상적으로 시험을 치렀다. 고사장 인근 마트에서도 이런 현상이 일어났다.마트를 찾은 고객들은 조명 깜빡임 현상과 엘리베이터가 멈추는 상황이 반복해 일어나자 불안함을 느끼기도 했다. 이날 수능이 시작된 오전 8시 40분께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영우 경북도교육감, 류희인 행정안전부 재난안전본부장과 포항교육지원청 수능상황실을 찾아 수능 관리 상황을 점검했다. 김 부총리는 수능 시험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포항지역에 지휘소(CP)를 운영하도록 지시하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김 부총리는 “수능은 학생들의 미래를 결정하는 과정이자 척도이다. 학생들이 수능에서 마지막까지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는 게 우리의 본분”이라며 “마지막까지 빈틈없이 잘 치러질 수 있도록 함께 해달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5시 40분께 5교시 제2외국어와 한문시험이 종료되면서 수능이 완전히 마무리되자 수험생들은 줄줄이 고사장 밖으로 나왔다. 고사장을 빠져 나오는 수험생들의 얼굴에는 희비가 엇갈렸다.이동고에서 수능시험을 본 김모(18)군은 “1교시부터 생각보다 난이도가 높아 당황했다”면서 “지진이 날까 봐 신경 쓰여 제 실력을 발휘하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재수생 박찬민(19)씨는 “걱정했던 것보다 편하게 수능을 친 것 같다”면서 “2년 동안 이어온 수험생 생활을 마치고 나니 홀가분한 기분이다”라고 말했다.한편 수험생들이 치른 한국사와 사회, 과학, 직업탐구영역 문제지와 답안지는 이날 오후 8시10분, 제2외국어와 한문영역은 오후 9시43분에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개한다. ▣올해도 국‧영‧수 다 어려웠다…작년 수준과 비슷   23일 치러진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국어·수학·영어 영역 모두 어렵게 출제됐던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출제됐다고 입시 전문가들이 분석했다.국어와 수학, 영어에서 변별력을 비교적 고루 확보하면서 올해 수능부터 영어 영역이 절대평가로 바뀌는데 따른 변별력 저하는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전망이 나온다. 문·이과 통합형인 국어 영역은 수험생들이 “어려웠다”고 평가한 지난해 수능과 비슷하거나 더 어렵게 출제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입시전문가들은 국어영역 중 독서과목의 난도가 높아 변별력을 높였을 것으로 예상했다.특히 독서과목중 환율의 오버슈팅(환율이 급등하거나 급락하는 현상)에 대처하는 정부의 정책을 다룬 문항(27~32번)과 디지털 통신시스템의 부호화 과정을 소재로 한 과학기술 문항(38~42번)이 어려웠다는 평가가 나왔다.가형(이과)과 나형(문과)으로 나눠져 치러지는 수학영역도 지난해 수능과 비슷하거나 더 어렵다는 평가가 나왔다. 복잡한 계산이나 공식을 단순 적용해 해결할 수 있는 문항보다 교육과정에서 다루는 기본 개념에 대한 충실한 이해와 종합적인 사고력을 필요로 하는 문항이 다수 출제됐다. 가형에서는 로그함수 그래프와 미분의 정의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어야 풀 수 있는 21번 문항, 나형에서는 20번(미적분), 21번(합성함수), 30번(미적분, 수열의 극한 등이 융합된 형태)이 수험생들이 문제풀이에 시간을 많이 잡아먹었을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문과생이 주로 보는 수학 나형은 9월 모의평가보다도 어렵게 출제돼 수험생들의 체감 난이도가 더욱 높았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올해 절대평가로 바뀐 영어영역도 지난해 수준으로 어렵게 출제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어와 수학보다는 평이한 수준으로 출제됐지만 변별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다.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9월 모평이 굉장히 어렵게 출제돼 (수능 영어가)상대적으로 쉽다는 반응이 나올 수 있지만, 평가원이 영어 1등급 비율을 6·9월 모평 수준으로 예상하는 만큼 어렵게 출제된 것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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