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다가오지만 응급실은 1년 365일 초긴장 상태입니다”21일 새벽 1시께 대구시 중구 계명대 동산의료원에서 만난 전공의 2년 차 천수민(30) 씨는 환자들을 돌본 뒤 이같이 말했다. 수은주가 영하 3도까지 떨어진 이날 병원 응급실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가벼운 타박상을 입은 20대부터 가슴 통증을 호소하는 70대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환자들로 넘쳐났다. 하늘색 의료 가운을 입은 채 정신없이 환자들 사이를 누비는 의사와 간호사들은 1분 1초가 아깝다는 듯 분주히 움직였다. 의료용 침대에 누워있는 30여명의 환자는 지친 듯 잠을 청하거나 시름시름 앓는 모습이었다. 천 씨는 “대학병원에는 매일 중환자들로 넘쳐난다”면서 “환자들이 건강하게 퇴원할 때는 뿌듯하지만 병세가 악화하는 경우는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곳 병원 응급실을 찾는 환자는 하루 평균 200여명에 달한다. 수백명의 환자를 의사 4명과 간호사 10명 등이 돌본다. 겨울철에는 폐렴, 가슴 통증, 빙판에서 넘어진 골절환자가 주를 이룬다는 게 병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간호사들도 바쁜 건 마찬가지다. 환자들의 상태를 하나하나 돌본 뒤 자리로 돌아가 병원 컴퓨터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한 의료진은 흉통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다가가 방사선(X-Ray) 촬영을 하느라 여념이 없다. 간호사 김지민(28·여)씨는 “근무 스트레스가 심하지만 환자들이 무사히 퇴원할 때는 정말 기쁘다”고 했다. 의료진들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상황에 피로감을 호소하면서도 사명감을 가진다고 입을 모은다. 한 간호사는 “가끔 만취 상태에서 다친 분들이 험한 말을 하기도 한다”며, “2, 3교대 근무를 하면 언제가 낮이고 밤인지 헷갈릴 때도 있을 정도”라고 애써 웃으며, 말했다. 응급실을 찾은 환자와 보호자들도 밤새 자신들을 돌보는 의료진에 고마움을 표했다. 보호자 김모(54·여) 씨는 “바쁘게 움직이면서도 환자를 하나하나 챙기는 것을 보면 대단하다”고 말했다. 오전 3시께 휴식도 잠시, 다시 119구조대에 환자가 연이어 실려 왔다. 복통을 호소해 병원을 찾았다는 60대 남성은 병원이 떠나갈 듯 비명을 질렀다. 순식간에 약속이라도 한 듯 의료진들은 모두 이 남성을 이송침대로 옮겨 응급실로 뛰어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