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이지혜(23·여) 씨는 학교 앞 원룸촌에 산다. 이 씨는 최근 배달 앱으로 음식 주문을 하고 기다리다가 난데없는 초인종 소리에 화들짝 놀랐다. 평소 같으면 배달부로부터 ‘1층 현관문을 열어 달라’는 연락을 받는다. 그러나 이날은 배달부가 아무런 연락없이 곧바로 원룸 안에 들어와 초인종을 눌렀기 때문이다.공동현관 도어락(자동잠금장치)이 있지만 사실상 외부인이 제 집처럼 드나들고 있었다.대구지역 대학가 원룸 현관에 외부인의 출입을 막기 위해 도어락이 설치돼 있지만 비밀번호가 곳곳에 노출되면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22일 대구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대구에서 발생한 주거침입 범죄는 총 1070건으로 집계됐다. 신축 원룸에는 대부분 보안성을 높이기 위해 공동현관 도어락이 설치돼 있어 월세 등이 5~10% 가량 높다는 게 인근 부동산 관계자의 설명이다. 달서구 신당동의 한 원룸 건물주 박모(58)씨는 “음식점 배달원이나 택배기사들이 적어 놓는 경우가 많다”며 “관리를 위해 계속 지우고 있지만 금세 다시 적혀 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거주자들은 절도와 성폭력 등의 범죄에 노출될까 불안에 떨고 있다. 대학생 최모(20·여)씨는 “비밀번호가 이렇게 떡하니 쓰여 있을 줄은 몰랐다”며 “당장 관리인에게 비밀번호를 바꿔 달라고 요청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비밀번호를 수시로 바꾸는 등 예방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윤우석 계명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주거침입 범죄가 늘어나면서 공권력에 의지하기보다는 개인 스스로 범죄 피해를 막으려는 추세”라며 “비밀번호를 수시로 변경하고 복잡하게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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