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날씨까지 추우니 손님이 있을 턱이 있나?”영하 12도의 칼바람이 몰아친 25일 오전 대구시 북구 칠성시장에서 만난 노점상인 박순희(63·여)씨는 “목도리 등 겨울 방한용품을 팔고 있지만 구경하는 손님조차 거의 없을 정도로 장사가 안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상인들은 꽁꽁 언 손과 발을 모닥불에 녹이며 일과를 시작했다. 좌판 모서리엔 고드름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고 아스팔트 바닥도 차갑게 얼었다. 사람들로 붐비던 평소와는 다르게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었다. 올해 들어 가장 추운 한파에 전통시장은 물론 식당가, 노점상 등 시장 곳곳이 얼어붙고 있다.물건을 사러 나온 시민들은 두꺼운 점퍼, 장갑, 목도리로 중무장한 채 발걸음을 재촉할 뿐 옷이나 화장품 매장 등을 돌아다니거나 노점상에서 물건을 구입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20년 넘게 젓갈을 팔고 있는 송순자(59·여)씨는 “몸은 아픈데 돈은 벌어야 해 추운 날씨에도 나올 수밖에 없다”면서 “얼마나 추운지 발에 감각이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점심때 평소엔 줄을 서서 들어가야 하는 칼국수 전문점도 추운 날씨로 손님들의 발길이 끊기며 3개 테이블 정도에서만 손님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가게 주인 최성국(62)씨는 “요샌 날씨가 춥다 보니 오후 5시만 돼도 손님들이 뚝 끊긴다”며 “최근엔 하루에 30만원 이상 손해를 보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같은 시각 중구 대신동 서문시장도 곳곳에 옷이나 생선, 채소 등을 파는 좌판이 열렸지만 시장을 찾은 손님들이 평소보다 적어 상인들의 얼굴엔 수심이 가득했다. 상인들은 휴대용 전기난로 앞에서 한껏 몸을 움츠린 채 흰 입김을 뿜었다. 분식집을 운영하는 이순자(72·여)씨는 “날씨가 추운 날에는 추위가 풀리는 오후 늦게야 손님들이 찾아 이른 시간엔 보기 힘들다”며 “가뜩이나 대형할인점에 손님을 뺏겨 장사가 안 되는데 한파까지 겹쳐 매출이 더 줄었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장을 보러 나온 주부 장명자(57·여)씨는 “한겨울에 전통시장을 찾을 때마다 상인들이 추위에 고생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짠해진다”면서 “많은 시민들이 찾아 상인들에게 힘을 북돋아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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