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밀양 세종병원에서 불이 나 39명이 숨지고 150여명이 부상을 당하는 인명사고가 발생한 주요 원인은 화재 감식결과 스프링클러가 없었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화재발생 다음날인 27일 오후 9시 29분께 대구 신라병원에서도 불이 나 환자 35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지만 스프링클러는 없었다.소방 관계자는 “해당 병원도 스프링클러가 없어 자칫하면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뻔했다”고 말했다. 경남 밀양에 이어 대구지역 중·소규모의 병원도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아 자동소화설비 설치 등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9일 대구소방본부에 따르면 화재가 발생한 신라병원은 밀양 세종병원과 같이 스프링클러 설치대상 건물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대구지역 요양병원 65곳과 기타 병원 144곳, 요양원 278곳 등 총 487곳에 대한 소방안전 시설 점검 결과 17곳을 시설관리 미흡으로 적발했다.정부는 2014년 노인 21명이 사망한 전남 장성 효실천사랑나눔 요양병원 화재 이후 스프링클러 설치 규정을 강화했다. 그러나 중소병원은 설치 의무대상에서 제외했다. 현행법상 일반병원은 11층 이상이거나 4층 이상에 한 층 바닥 면적이 1000㎡ 이상인 경우 의무적으로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한다. 신라병원은 지하 1층~6층 연면적 2430㎡, 바닥 면적 482.99㎡로 이 규정에 해당하지 않았다. 5층 규모의 밀양 세종병원도 바닥 면적이 224.69㎡로 의무대상이 아니다.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중소병원에서 화재가 잇따르자 시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신라병원 인근에 사는 김미진(47·여) 씨는 “하루가 멀다 하고 병원에서 불이 나 사이렌 소리만 들어도 화들짝 놀랄 정도”라며 “앞으로 병원에 갈 때 천장에 스프링클러가 있는지 꼼꼼하게 살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박중기(36) 씨는 “비상시 노인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특별한 안전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하루빨리 소방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방재지설(방화문, 배연시설 등) 설치에 대한 예외규정이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공하성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병원 등의 시설은 용도와 규모를 따지지 않고 방재시설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며 “유독가스를 배출하는 연기배출 시설과 스프링클러 설치에 대해서는 현행제도를 보완해 반드시 설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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