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부진 등 영향으로 대구·경북 제조업 체감경기가 그야말로 냉골이다.달서구 성서산업단지에서 20명 규모의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H(58) 대표는 올해 최저임금 인상으로 지난해 10월 외국인 근로자 3명을 내보냈다.그는 “최근 원자재 가격마저 올라 생산 운영 계획을 다시 짜야 할 판이라”고 털어놨다.자동차 부품업체 P(61) 대표도 “제조업 생산라인은 대부분 자동화되기는 했지만 영세기업은 여전히 수작업이 많아 최저임금 인상은 큰 부담”이라며 “이번달은 겨우 인건비를 맞췄지만 당장 다음달 월급은 장담을 못하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최저임금 인상과 인력난까지 겹치자 공장 문을 닫는 방안을 검토하는 업체도 늘고 있다.20~30년간 운영하던 중소기업이 최근 잇따라 폐업을 하는 등 영세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내수 부진이 여전한 가운데 최저임금 인상 등 급격한 비용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지역 중소기업의 체감 경기는 좀체 나아지지 않고 있다.이 사실은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가 382개 업체를 대상으로 기업경기 조사에서 확인됐다.이 결과 1월 대구·경북 제조업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67로 전달보다 5포인트 하락했다.10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비제조업 경기실사지수(BSI)도 62로 전월 대비 5%포인트 떨어졌다.이 지수는 기업이 인식하는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다. 기준값(100)을 밑돌면 경기를 나쁘게 보는 기업이 좋게 인식하는 기업보다 많다는 의미다.올해 1월부터 16.4% 오른 최저임금도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한국은행이 조사한 결과 비조업체의 경영 애로사항으로 인력난·인건비 상승을 꼽은 업체 비중은 전달보다 5.8%포인트 오른 29.3%로 조사됐다. ‘내수 부진’(21%), ‘불확실한 경제 상황’(7.1%) 등도 애로사항으로 꼽혔다.한국은행 측은 자동차 등 대기업의 업황 부진으로 수직적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지역 중소기업의 타격이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분석했다. 이날 중소기업중앙회 대구경북지역본부가 지역 중소기업 370개를 대상으로 ‘2018년 2월 중소기업 경기전망’을 조사한 결과 업황전망 건강도지수(SBHI)는 75.6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월 이후 최저다. 기업경영상 가장 큰 어려움으로는 인건비 상승(65.6%)을 꼽았다. 최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것으로 2개월 연속 최고치를 기록했다.대구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정부에서 일자리 안정자금 등을 시행하고 있으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업이 많지 않는데다 액수도 턱없이 부족하다”며 “최저임금 산입 범위 조정과 지역별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화 등이 실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조여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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