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이 코앞이다. 마음은 벌써 고향 하늘에 가있다.설이 그리 반갑지 많은 않다. 경기가 깊은 늪에서 헤어나질 못하면서 고향땅 밟기를 포기하는 사람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마음은 고향 하지만 못가설 장바구니 물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다.극심한 불경기는 지역 중소기업은 물론, 자영업자들의 지갑을 더욱 알팍하게 만든다.모두들 사는게 빠듯하다고 아우성 치지만 그저 허공에 떠도는 메아리다.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의 가슴은 뼈에 사무친다.고향을 포기한지 오래지만 그래도 가고 싶은 곳은 고향이다.외로움보다 더욱 참기 힘든 건 그리움이기에 더욱 마음 쓰리다.홀로 사는 이들도 외로움에 지친다.찾아오는 이 없는 냉골에 뼈마디 앙상한 손만 비빈다.퀭한 눈은 방문을 응시한 채 혹 누가 올까 기다려 본다.까치 울음소리에 방문을 열고 반가운 이 덜컥 문 열고 성큼 들어올 것 같은 설레임에 가슴 쓸어내린다. 마음은 고향에 가 있는데 갈 곳 없는 사람들은 거리를 방황한다. ▣취업준비생 고향 엄두도 못내올해는 직장을 구해야지 하는 취업준비생들은 고향갈 엄두를 못낸다.취업에 목말라 하는 청춘들이다.도서관은 말 그대로 취업생들로 넘쳐난다.한장 두장 넘기는 책장속에 취업이라는 글자만 눈에 들어온다.대구시립두류도서관에서 만난 P 씨의 말이다. 토익학원과 경찰학원이 모여 있는 대구 중구 동성로 인근 카페는 취업준비생들로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붐볐다.취업준비생 J (25) 씨도 고향을 찾지 않는다. 설 연휴 주변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 탓이다.J 씨는 3년째 지방직 공무원을 준비 중이지만 벌써 4차례 낙방했다.실제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대구의 청년실업률(15-29)은 지난해 4분기(12.6%) 전국 최고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명절 외롭고 섧다 해도 돌아갈 곳이 없는 사람들 만큼 서러움이 더할까. ▣노동자 설밑 살림 팍팍설 밑 대구지역 사업장 10곳 중 6곳만 설 상여금을 지급한다.이 사실은 대구상의소는 지난 9일 “지역 기업체 211곳을 상대로 설 밑 경기동향 조사에서 확인됐다.조사에서 67%가 지난해 설보다 체감경기가 악화됐다고 응답했다. 올 설에 상여금을 지급하겠다는 기업체가 61%에 그쳤다.지난해 설에는 72.5%의 기업체가 상여금을 지급했다. 조사대상 기업체 가운데 체감경기가 지난해와 비슷하다고 응답한 곳은 31.8%, 호전됐다고 응답한 곳은 0.9%에 머물렀다. 업종별로는 서비스업의 72%, 제조업의 66%, 건설업의 62%가 각각 경기악화를 호소했다. 설 상여금은 월 임금의 50%를 지급하겠다는 기업체가 33%로 가장 많았다. 30% 지급은 15.5%, 10% 지급은 12.4% 순으로 집계됐다. 이재경 대구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은 “설 밑에 내수경기 침체와 자금 사정 불안정 등 지역 경기가 악화되면서 상여금 지급비율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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