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과 길을 잇는 길 위의 길, 달리는 자동차에게 짧은 휴식을 강요하는 길 위의 정지선. 삭막한 도심 - 회색 하늘, 회색 건물, 회색 아스팔트를 배경으로 알록달록 춤꽃이 피어 올랐다.  일상 속 무심히 지나던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춤이 길을 건너는 동안 행인의 시선이 춤에 머물렀다. 지난달 28일 서구 비산네거리 동편 횡단보도에서 ‘달성토성마을 횡단보도춤마당’이 펼쳐졌다. 서구도시재생지원센터가 주최하고 손혜영 아정무용단, 정진우무용단, 스테이지줌에서 공동으로 주관한 이번 행사는 제3회 달성토성마을골목축제와 연계, 기획됐다. 대구 지역 최초로 횡단보도에서 펼쳐진 춤 공연이다. 한국무용의 손혜영 아정무용단, 현대무용의 정진우무용단 모두 26명의 무용수가 번갈아 가며 보행자 신호 ‘파란불 30초’를 이용해 ‘춤, 길을 건너다’라는 주제로 다양한 작품을 선보였다. 서부경찰서와 서구청, 비산2.3동 행정복지센터와의 협의를 통해 횡단보도를 건너는 주민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무용수의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4명의 경찰과 6명의 모범운전자, 그리고 서구청 공무원들이 직접 현장에서 행인과 차량을 통제했다. 공연을 지켜본 현장 시민은 “덕분에 눈이 호강했다. TV에서 무용을 본 적이 있지만, 실제로 가까이에서 보니까 정말 좋다. 한국무용은 아름답고, 현대무용은 멋지다”고 했고, 다른 시민은 “며칠 전에 소문을 들었을 때에는, 왜 춤을 횡단보도에서 추려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오늘 현장에서 이렇게 보니까 딱 보자마자 ‘우와, 예술이다’라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우리 비산동에서 이런 행사를 볼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은 “30초가 이렇게 짧았나?. 평소 운전할 때 보행자 신호에 걸리면 기다리는 시간이 참 지루한데, 오늘 이렇게 횡단보도춤마당을 보니까 30초가 너무 짧다. 저뿐 아니라 구경하는 다른 분들도 그렇고, 사진을 찍고 있는 분들도 모두 같은 반응이다”고 말했다.  류한국 서구청장은 달성토성마을골목축제와 더불어 다양한 문화행사가 비산2.3동에서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무찬(45) 스테이지줌 대표는 “이번 공연이 지역 주민들의 자긍심을 높이는 데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우리 달성토성마을은 정말 매력적인 곳”이라고 말했다. 행사는 오전 8시부터 관계자들이 비산네거리에 모여 현장 상황을 확인하고, 리허설을 진행, 오전 9시 30분부터 60여 분 동안 무대가 펼쳐졌다. 총 24회의 짧지만 인상적인 다양한 작품이 차례차례 횡단보도 위에서 진행됐다. 박광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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