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의 성지 구미에서 민주당 깃발이 꽂혔다.마지막 보루로 알려진 보수 구미가 변화의 물결을 염원하는 메머드급 진보에게 처참하게 집어삼켰다.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이자 전통적인 보수진영의 ‘텃밭’인 구미에서 민주당 시장 후보가 당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말그대로 충격이다. ▣장세용 백병전 적 무찔러장세용<사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부의장이 6·13 구미시장 선거에서 당당히 입성하면서 새로운 여권 삼국지를 쓰게됐다.장 당선인은 보수진영 ‘구미전투’에서 운명의 기로에 섰지만 백병전으로 적을 무찔렀다.그는 섶을 지고 혈혈단신 사지(死地)로 뛰어든 승부사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했다.경북은 1995년 지방선거 실시 후 좀처럼 민주당 후보에게 문을 열지 않았다. 민주당 계보 출신 단체장은 1995년 1회 때 박기환 후보가 민주당으로 포항시장에, 1998년 2회 때 신정 후보가 새정치국민회의로 울진군수에 당선된 게 전부다. 장 당선인은 역대 지방선거 사상 경북지역 3번째다.장 당선인이 20년만에 보수의 철벽을 무너뜨렸다.구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이면서 김관용 경북지사의 고향이다. 역대 구미 시장은 김관용 경북지사와 남유진 전 시장이 각각 3연임했다.  남유진 전 구미시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을 ‘반신반인’으로 지칭하기도 했다. 1000억원짜리 박정희 기념공원을 조성한 곳이기도 하다. ▣장세용 청춘불패신화 이뤄장 당선인은 민심은 언제든지 변한다 이번 만큼은 고지를 점령, 새로운 봄을 알리는 ‘청춘불패’를 외쳤다.야권 거물로 불린 전 농촌진흥청장, 전 한국마사회장을 지낸 이양호 자유한국당 후보와의 피의 전쟁에서 이겼다.첫 여당 구미시장이라는 구호를 걸고 파죽지세(破竹之勢)로 맹위를 떨치며 구미발전에 자신을 던지겠다는 희망의 꿈을 마침내 실현했다.자유한국당은 보수의 안방을 진보에게 넘겨주는 처참한 수모를 당했다.더불어민주당 장세용 전사는 ‘청춘불패신화’를 이뤘다.장세용 당선자는 이양호 자유한국당 전사와 맞붙어 3862표차로 승리했다.장 당선인이 유권자로 부터 7만4917표를 얻었다. 특표율 40.8%이다.반면 이양호 자유한국당 후보는 38.7%의 7만1055표를 얻는데 그쳤다.죽음의조로 불리는 구미대첩은 그야말로 최고의 흥행작으로 남게됐다.어쨌든 구미시장 선거는 대한민국 지방선거 최대 이변으로 꼽힌다. ▣누리꾼 축하글 도배장 후보의 당선이 확정되자 온라인 커뮤니티는 축하 글로 도배됐다. 누리꾼들은 “구미가 박정희의 망령에서 벗어났다. 상상조차 못한 일이다”, “박티칸 시티에 파란 깃발을 꽂다니 이번 선거 최대 이변이다”, “유신의 심장에 칼을 꽂은 당신은 도덕책”, “장세용 당선인과 최고급 샴페인 한 잔 하고 싶다”, “핵폭탄은 구미에 떨어졌네”, “구미를 시발점으로 자스민 혁명을” 등의 반응을 나타냈다.  박정희로, 박정희체육관 등 곳곳에 박 전 대통령의 유산이 산재한 구미에서 장 당선인이 시장에 당선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최순실 국정농단과 자유한국당의 지리멸렬, 경기침체, 남북화해무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구미지역 평균연령이 37세로 젊다는 점도 큰 역할을 했다. 그는 “구미는 TK변화를 이끄는 젊은 도시로 민주당이 지역사회에서 신뢰받는 정당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보수의 도시 구미에 새 바람을 일으켜 구미 르네상스를 이룩하겠다”고 밝혔다. ▣박정희기념사업 백지화장 당선인은 14일 “박 전 대통령이 구미시의 상표에 얼마나 도움이 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장 당선인은 구미시가 진행하는 수백억원 규모의 박 전 대통령 관련 기념사업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해 사업 타당성의 전반적인 검토에 착수할 뜻을 밝혔다.장 당선인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정희 대통령은 역사 속의 인물인데, 자꾸 호출해서 현재의 권력과 연관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21세기의 새로운 도시 경쟁 시대에 구미가 계속 위축되고 있다”며 “(박정희 외에) 새로운 상징, 새로운 마음을 모을만한 다른 것이 없는가, 이런 질문이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구미시가 ‘박정희 향수’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강조한 것이다.박정희 기념사업이 사실상 백지화를알리는 신호탄인 셈이다. 김성용·이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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